도로 미세먼지, 집안 먼지보다 3배 해롭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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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같은 미세먼지라도 도로에서 마시는 미세먼지가 집안 미세먼지보다 건강에 훨씬 해롭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도로 미세먼지에는 자동차·공장 등에서 나오는 유해 화학 물질과 중금속이 포함됐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경상대 전병균 교수팀 비교 실험 #차·공장서 나온 오염물질 영향

경상대 생물교육과 전병균 교수 등은 최근 ‘생명과학회지’에 게재한 ‘미세먼지가 다양한 사람 세포주에 미치는 세포 독성’이란 논문에서 도로와 집안 미세먼지의 독성을 비교한 실험 결과를 소개했다. 전 교수팀은 자동차 공기 필터에 모인 도로(실외) 미세먼지와 가정 진공청소기에 모인 집(실내) 미세먼지를 에탄올로 추출하고, 이를 여과해 지름 10㎛(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 이하의 미세먼지를 모았다.

연구팀은 이 두 가지 미세먼지를 각각 4가지 세포주(株)에 mL당 0~1000㎍(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 농도로 첨가하면서 반(半)억제농도(IC50)를 계산했다. IC50은 절반에 해당하는 세포의 성장을 저해할 때의 오염물질 농도를 말한다. 이 수치가 낮을수록 낮은 농도에서도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고, 오염물질이 더 유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실험에서 정상 섬유아세포(MRC-5)를 사용한 경우 도로 미세먼지의 IC50은 50.7㎍/mL, 실내 미세먼지는 150.1㎍/mL이었다. 도로 먼지가 집 먼지보다 3배 독한 셈이었다. 또, 사랑니에서 얻은 중간엽 성체줄기세포(DSC)는 도로 미세먼지의 IC50이 131.2㎍/mL, 실내 미세먼지는 230.1㎍/mL이었다. 폐암 세포주(A-549)에 적용했을 때 도로 미세먼지의 IC50은 461.1㎍/mL, 실내 미세먼지는 593.3㎍/mL이었다. 위암 세포주(AGS)의 경우 도로 미세먼지는 494.5㎍/mL, 실내 미세먼지는 632.6㎍/mL였다.

네 가지 세포주 모두 도로 미세먼지의 IC50 값이 실내 미세먼지의 IC50보다 작아 도로 미세먼지가 더 유해한 것으로 해석됐다.

특히, 실험에서는 섬유아세포나 성체줄기세포보다 폐암·위암 세포주의 IC50 값이 컸다. 이는 암세포가 더 높은 농도의 미세먼지에 노출될 때까지 저해를 덜 받는다는 의미로, 암세포가 미세먼지에 저항성이 크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또 도로 미세먼지가 세포의 배가(倍加) 시간(Doubling time)에 미치는 영향도 조사했다. 각각 1만 개의 세포가 들어있는 배양접시에 도로 미세먼지를 100㎍/mL 농도로 주입했을 때, 정상 섬유아세포의 배가시간이 42.7시간에서 96.1시간으로 배 이상 늘어났다. 성체줄기세포의 경우 배가시간이 39.5시간에서 49.9시간으로 늘어나 세포분열 속도가 느려졌음을 알 수 있다. 암세포도 미세먼지로 배가시간이 늘어났으나, 통계적으로 의미는 없었다.

전 교수는 “미세먼지가 세포를 둘러싸면서 영양물질 등이 세포 내로 들어가는 것을 막고, 세포 성장을 억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미세먼지로 둘러싸인 세포는 외부 신호를 못 받아 세포분열에 지장을 받지만, 암세포는 외부 신호와 상관없이 세포가 분열하기 때문에 미세먼지의 영향을 덜 받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시료는 경남 진주 지역에서 채취했는데, 도로 미세먼지를 어느 지역에서 채취했느냐에 따라 독성이 차이가 날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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