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미세먼지라도 도로에서 마시는 미세먼지가 집안 미세먼지보다 건강에 훨씬 해롭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도로 미세먼지에는 자동차·공장 등에서 나오는 유해 화학 물질과 중금속이 포함됐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경상대 전병균 교수팀 비교 실험 #차·공장서 나온 오염물질 영향
경상대 생물교육과 전병균 교수 등은 최근 ‘생명과학회지’에 게재한 ‘미세먼지가 다양한 사람 세포주에 미치는 세포 독성’이란 논문에서 도로와 집안 미세먼지의 독성을 비교한 실험 결과를 소개했다. 전 교수팀은 자동차 공기 필터에 모인 도로(실외) 미세먼지와 가정 진공청소기에 모인 집(실내) 미세먼지를 에탄올로 추출하고, 이를 여과해 지름 10㎛(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 이하의 미세먼지를 모았다.
연구팀은 이 두 가지 미세먼지를 각각 4가지 세포주(株)에 mL당 0~1000㎍(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 농도로 첨가하면서 반(半)억제농도(IC50)를 계산했다. IC50은 절반에 해당하는 세포의 성장을 저해할 때의 오염물질 농도를 말한다. 이 수치가 낮을수록 낮은 농도에서도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고, 오염물질이 더 유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실험에서 정상 섬유아세포(MRC-5)를 사용한 경우 도로 미세먼지의 IC50은 50.7㎍/mL, 실내 미세먼지는 150.1㎍/mL이었다. 도로 먼지가 집 먼지보다 3배 독한 셈이었다. 또, 사랑니에서 얻은 중간엽 성체줄기세포(DSC)는 도로 미세먼지의 IC50이 131.2㎍/mL, 실내 미세먼지는 230.1㎍/mL이었다. 폐암 세포주(A-549)에 적용했을 때 도로 미세먼지의 IC50은 461.1㎍/mL, 실내 미세먼지는 593.3㎍/mL이었다. 위암 세포주(AGS)의 경우 도로 미세먼지는 494.5㎍/mL, 실내 미세먼지는 632.6㎍/mL였다.
네 가지 세포주 모두 도로 미세먼지의 IC50 값이 실내 미세먼지의 IC50보다 작아 도로 미세먼지가 더 유해한 것으로 해석됐다.
특히, 실험에서는 섬유아세포나 성체줄기세포보다 폐암·위암 세포주의 IC50 값이 컸다. 이는 암세포가 더 높은 농도의 미세먼지에 노출될 때까지 저해를 덜 받는다는 의미로, 암세포가 미세먼지에 저항성이 크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또 도로 미세먼지가 세포의 배가(倍加) 시간(Doubling time)에 미치는 영향도 조사했다. 각각 1만 개의 세포가 들어있는 배양접시에 도로 미세먼지를 100㎍/mL 농도로 주입했을 때, 정상 섬유아세포의 배가시간이 42.7시간에서 96.1시간으로 배 이상 늘어났다. 성체줄기세포의 경우 배가시간이 39.5시간에서 49.9시간으로 늘어나 세포분열 속도가 느려졌음을 알 수 있다. 암세포도 미세먼지로 배가시간이 늘어났으나, 통계적으로 의미는 없었다.
전 교수는 “미세먼지가 세포를 둘러싸면서 영양물질 등이 세포 내로 들어가는 것을 막고, 세포 성장을 억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미세먼지로 둘러싸인 세포는 외부 신호를 못 받아 세포분열에 지장을 받지만, 암세포는 외부 신호와 상관없이 세포가 분열하기 때문에 미세먼지의 영향을 덜 받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시료는 경남 진주 지역에서 채취했는데, 도로 미세먼지를 어느 지역에서 채취했느냐에 따라 독성이 차이가 날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