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대 꺽다리 10명 고교배구 쑥쑥 크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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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태환(左)과 박준범이 전국 중.고배구대회가 열리고 있는 강원도 동해 실내체육관 앞에서 16일 포즈를 취했다. 이들이 진학할 한양대 박용규(1m80㎝.(右)) 감독의 키가 작아 보인다.

한국 남고 배구에 2m대 장신들이 쑥쑥 자라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키만 큰 게 아니다. 몸매도 균형이 잡혀 있고 기본기가 충실해 성장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평가다. 강원도 동해 실내체육관에서는 14일부터 한국중.고배구연맹 회장배 전국남녀중.고배구 대회가 열리고 있다.

대회에 참가한 18개 남고부 가운데 2m 이상 선수 5명이 각 팀의 주전으로 뛰고 있다. 불참한 팀 선수까지 포함하면 남고부에만 2m대 장신이 10명 정도 된다.

이들 중 가장 눈에 띄는 선수가 라이트 공격수 박준범(대전 중앙고3)과 센터 지태환(이상 2m1㎝.벌교제일고3)이다.

박준범은 기본기가 탄탄하고 유연성이 뛰어나 한국 라이트 공격수의 계보를 이을 선수로 꼽힌다. 전 현대자동차써비스에서 오른쪽 공격을 맡았던 박형용씨의 아들로, 높은 공격이 돋보이며 후위공격에도 능하다는 칭찬이다.

지태환은 장신임에도 점프력이 뛰어나고, 특히 블로킹 때 손모양이 좋아 '제2의 거미손'으로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유난히 팔이 길어 선 자세에서도 네트 위로 손바닥 전체가 올라올 정도다. 김장빈 벌교제일고 감독은 "팔 길이를 포함하면 태환이의 신장은 2m5㎝는 되는 셈"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박용규 감독이 4월 사령탑에 오른 한양대로 진로가 확정됐다. 박용규 감독은 "내년부터 한양대 돌풍을 기대해도 좋다"고 장담한다.

기대를 모으는 또 다른 선수는 역시 2m의 초고교급 센터 이재목(경북사대부고3)이다. 내년 경희대로 방향을 정한 이재목은 블로킹과 속공이 좋은 편이다. 김찬호 경희대 감독은 "그동안 센터진의 신장이 낮아 애를 먹었었는데 재목이가 가세하는 내년부터 중앙수비와 속공이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구미 현일고 3년생 센터 이준원(2m1㎝)은 김경운 감독이 지도하는 홍익대에 진학할 예정이다.

센터.라이트뿐이 아니다. 레프트 공격수들도 2m에 육박하는 선수가 많다. 1m98㎝, 85㎏의 청소년 대표 김정환(수원 영생고3)은 타고난 파워와 유연성으로 장래 거포 자리를 일찌감치 예약했다. 인하대로 진로를 굳혔다. 이 밖에 익산 남성고 1년생 안요한(1m98㎝)과 현일고 새내기 황베드로(2m)도 기량이 일취월장하고 있다.

박용규 한양대 감독은 "프로농구팀이 센터진을 외국인 선수로 충원하는 바람에 국내 장신 유망주들이 배구로 몰려들고 있다"며 "이들을 잘 조련하면 한국 배구의 중흥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동해=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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