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노사분규 한번도 없었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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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역 건설노조원들의 포스코 본사 건물 점거가 장기화하면서 포스코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16일 경찰과 포스코에 따르면 13일 본사에 진입한 2000여 명의 포항지역 건설노조원 가운데 1500여 명이 나흘째 본사 건물 4~12층을 점거하고 있다. 이들은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 등의 요구를 사용자 측인 포항전문건설기계협의회가 받아들이지 않자 포스코가 개입할 것을 요구하며 농성을 장기화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나흘째 포스코 본사 건물을 점거 중인 건설노조원들이 16일 건물 옥상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노조원 가족들이 도시락을 포스코 정문으로 가져오자 일제히 모습을 나타냈다. 경찰은 도시락 반입은 허용했지만 술.담배는 금지했다. 포항=조문규 기자

경북지방경찰청 류상렬 공보관은 "16일까지 자진 해산하지 않으면 강제 해산한다는 최후통첩을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그러나 노조원들이 비상계단을 책상 등으로 막아놓아 진입이 쉽지 않고, 강제 해산 때 인명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강제 진압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포스코는 냉가슴을 앓고 있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짓고 있는 파이넥스 공장 건설이 당장 중단됐다. 파이넥스는 철광석과 석탄 등 제철 원료를 코크스 등으로 가공하지 않고 곧바로 고로에 넣어 쇳물을 생산하는 기술로 포스코가 세계 처음으로 개발해 올 연말 실용화할 예정인 기술이다.

제철소의 설비 및 시설을 개선하기 위한 23건의 다른 공사도 모두 중단 상태다. 포스코 측은 제철소 내 건설 현장이 마비됨에 따라 하루 약 1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본사 건물의 기능이 마비된 데 따른 피해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서 이뤄지던 제철소 관리 및 구매 업무는 모두 마비됐다. 본사에서 일하던 600여 명의 직원들은 제철소 내 기술연구소 등에서 근무하고 있으나 전산망 미비 등으로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대외 신인도 하락도 걱정거리다. 창립 이래 지금까지 한 차례도 노사분규를 겪지 않던 포스코가 하청업체 노사의 갈등에 휘말려 본사 점거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기 때문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본사와 제철소가 떨어져 있어 생산과 출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점은 천만 다행"이라며 "세계 철강업계의 인수합병(M&A) 열풍 속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온 힘을 다해왔는데 예상치 못한 악재가 터져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황선윤.나현철 기자<suyohwa@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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