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식적 산부인과 투어 막는다…수술실·분만실 비의료인 ‘출입 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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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수술실과 분만실 등 감염 관리가 필요한 시설에 비의료인의 출입이 엄격히 제한된다. 현재는 별도의 출입 제한 규정이 없어 개별 의료기관 자율에 맡길 수밖에 없다.

복지부,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 입법예고 #100병상 이상 병원 경찰 연계 비상벨·보안인력 의무 도입

보건복지부는 16일 이런 내용의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다음 달 24일까지 입법 예고한다”며 “수술실 등의 출입기준을 정하고 의료기관 내 보안 장비나 인력 기준의 근거를 담은 ‘의료법 일부 개정안’이 10월부터 시행되는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가 비의료인의 수술실 등의 제한구역 출입을 제한하는 내용의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다음달 24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16일 밝혔다. [사진 픽사베이]

보건복지부가 비의료인의 수술실 등의 제한구역 출입을 제한하는 내용의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다음달 24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16일 밝혔다. [사진 픽사베이]

그간 비의료인의 수술실과 분만실, 중환자실 출입에 대한 제한기준이 없어 병원 내 감염관리 문제가 불거져왔다. 지난해엔 일부 산부인과 병원에서 예비 산모들을 대상으로 제왕절개 수술이 진행되는 수술실 등을 공개하는 비상식적 병원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해 논란이 일었다.

복지부는 “의료행위가 이뤄지는 동안 출입이 허용된 환자나 의료인, 간호조무사, 의료 기사를 제외한 외부인은 출입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이 아닌 사람이 수술실 등에 출입하려면 의료기관장의 승인을 받고 위생 교육도 받아야 한다. 의료기관장은 이런 제한 구역에 출입한 사람의 이름, 출입 목적, 승인 사항 등을 기록하고 1년간 보관해야 한다.

서울 한 병원 응급실에서 환자가 의료진의 통제에 따르지 않고 폭력적인 언행을 계속하자 보안 직원들이 대응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한 병원 응급실에서 환자가 의료진의 통제에 따르지 않고 폭력적인 언행을 계속하자 보안 직원들이 대응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신이 돌보던 환자가 휘두르는 흉기에 세상을 떠난 고(故) 임세원 교수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한 후속조치도 담겼다. 병원의 보안 장비나 인력 등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면서다. 지금까지는 폭력 등 비상 상황이 발생해도 경찰청과 연결된 비상벨이 병원에 설치돼 있지 않았다. 복지부에 따르면 비상벨이 있는 병원은 10곳 중 4곳(39.7%)인데 이마저도 경찰서와 연결된 비상벨인 경우는 3%에 불과했다. 보안인력을 둔 병원도 32.8%에 그쳐 초기 긴급한 대응이 어려웠다는 게 복지부 설명이다.

앞으로 100병상 이상의 2317개(지난해 12월 기준) 병원급 의료기관은 경찰청과 연결된 비상벨을 설치해야 한다. 한 명 이상의 보안인력도 의무로 둬야 한다.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는 내용도 담겼다. ‘의료기관 인증’을 받은 사실도 의료기관 명칭 표시판에 표시할 수 있도록 표시 항목을 확대하는 게 대표적이다. 한글과 외국어를 함께 사용해 의료기관 명칭을 쓸 경우 외국어 표기 면적이나 글자 크기는 한글 표기사항보다 작아야 한다는 규제도 없앤다. 또 의료법인 설립 시 본인확인을 위한 인감증명서를 내야 했는데 앞으론 그럴 필요가 없어진다. 재산확인 서류나 이력서, 취임 승낙서 등 다른 서류로 본인확인이 가능한 점을 감안한 조치이다.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되면 환자와 의료인 모두 보다 안전하게 진료받고 진료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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