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평가로 비판한 학생 색출하고 동료 교수 모함에 학생 이용한 교수…法 “해고 정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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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행정법원 [사진 다음로드뷰]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행정법원 [사진 다음로드뷰]

자신에게 불리한 강의평가를 한 학생을 색출하려 하고, 동료 교사를 모함하기 위해 학생에게 금품을 제공한 교수의 해임이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장낙원)은 어린 학생을 시켜 동료 교수를 모함하도록 하고 학교에서 동료 교수 논문을 지속적으로 문제 삼은 대학교수가 교원 품위를 손상했고 고용 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책임이 인정된다며 이같이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계약직 조교수로 임명된 A교수는 2011년부터 B대학에서 근무하다가 2016년 8월 학교로부터 직위해제 조치를 받았다. A교수는 2016년 11월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해 부당해고라는 판정을 받았지만 법원은 이도 위법하다며 취소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교수는 동료 교수를 모함할 목적으로 이미 표절이 아니라는 판정을 받은 석사 학위 논문에 대해 반복적으로 검증을 요구했다. 불리한 강의 평가를 작성한 학생을 찾아내도록 교직원에게 요구하기도 했다.

 A교수는 법원을 통해 “동료 교수 논문이 표절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증거를 갖고 검증을 요구한 것”이라며 “자신을 흠집 잡도록 동료교수가 학생들을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이어 “거짓으로 작성됐다고 보이는 강의평가를 접하고 학생들을 부추긴 동료 교수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요구한 것이지 색출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법원은 학교 자체 심사에서 논문 표절이 인정되지 않았고, 동료 교수를 모함하는데 학생들을 이용한 점을 들어 해고가 정당하다고 봤다. 학생은 중앙노동위원회 심문과 재판을 통해 “A교수가 ‘자기를 한 번 도와달라’고 해서 국가인권위원회와 교육부,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했다”며 “8~9회 정도 만날 때마다 5만원 정도를 받았고, 20만원 상당 상품권을 받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재판부는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한 어린 학생을 금품으로 회유하고 심리적으로 예속시켜 말을 따르도록 유도해 교원의 품위를 손상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대학과 고용 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A교수의 책임이 인정된다”며 부당해고라 판단한 지방노동위원회 판정도 취소했다. 소송 비용도 A교수가 일부 부담하도록 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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