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학교 출신 독립 운동가는?"…학생들이 만든 알림판·포스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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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성(1913~1932). 수원면 산루리에서 태어나 수원지역의 청년운동과 사회주의 운동이 절정에 달하던 시기 수원청년동맹 산하의 수원소년동맹의 맹원이었다."
"독립운동가 이현경(1899~?)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가 이현경 선생은 수원 출신의 여성독립운동가입니다."
"박선태(1901~1938) 애족장 구국민단(수원에서 조직된 독립운동결사)의 선봉."

지난 6월 중순 경기도 수원시 광교중학교 버스정류장에 이런 내용의 포스터 3장이 붙었다. 삐뚤삐뚤한 글씨로 독립운동가를 소개하는 이 포스터는 수원지역 초·중·고교 학생들이 직접 만들었다. 숨어있는 지역 독립운동가를 알리기 위해서다. 이런 포스터는 수원지역 버스정류장 100곳에 붙어있다.

학생들이 만든 우리 동네 독립운동가 알림판. [독자 제공]

학생들이 만든 우리 동네 독립운동가 알림판. [독자 제공]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청년·청소년 NGO 안아주세요'의 이현진 학부모 총회장은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아이들이 아는 독립운동가는 주로 유명인들 위주였는데 현재는 지역 출신 독립운동가는 물론 역사적 사실에도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만든 포스터에 시민들도 호응

독립운동가 알리기 포스터는 수원시가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행사다. 지난 2월부터 매달 '3·1절 홍보', '임시정부 수립 기념', '우리 동네 독립운동가' 등의 주제로 포스터를 만들고 있다. 수원지역 초·중·고교 50개 학교에 구성된 동아리 소속 청소년 1000여명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도안을 그려 포스터를 완성했다.

시민들의 반응도 좋다. 포스터가 붙으면 꼼꼼하게 읽는다는 박모(35·수원 영통구)씨는 "우리 동네 출신 독립운동가가 이렇게나 많은지 몰랐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제작된 포스터만 100여장. 일부는 낙서 등으로 훼손되기도 했다고 한다. '간직하고 싶다'며 몰래 떼다가 찢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일부 포스터엔 "떼지 마세요'라는 귀여운 경고문이 붙기도 했다.

학생들이 만든 우리 동네 독립운동가 알림판. [독자 제공]

학생들이 만든 우리 동네 독립운동가 알림판. [독자 제공]

포스터 제작을 제안한 박정우 수원시 3·1운동 기념사업추진위원회 교육위원회 간사는 "학생, 학부모는 물론 시민들의 호응이 무척 크다"며 "올해 말까지 지역 독립운동가를 알리는 포스터 제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시는 광복절인 15일 오후 2시부터 9시까지 광교 호수공원 마당극장에서 그동안 만든 포스터를 전시할 예정이다. 연말에도 포스터 전시회를 추진하기로 했다.

숨은 독립운동 유적지, 인물 발굴 나서 

숨은 독립운동가와 관련 역사를 알리는 일엔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도 나서고 있다. '독립운동 학교 유적·독립운동가 안내판 설치'가 그것이다. 독립운동과 관련된 학교 유적이나 학교 출신(미 졸업생 포함) 독립운동가에 대한 안내판을 만들어 기리는 내용이다.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도내 11개 학교에 이 안내판이 붙었다.

주로 독립 만세 시위가 시작됐거나 학생들이 동맹휴학을 전개한 곳들이다. 가평초등학교는 가평군 주민 수백명이 모여 독립 만세를 외쳤고 광주초등학교(옛 광주공립보통학교)는 학교의 민족차별에 맞서 학생들이 동맹 휴학을 일으켰다. 오산 성산초등학교(옛 오산공립보통학교)도 일제의 비교육적 행위와 민족차별에 항의해 학생들이 동맹휴학에 나섰다. 화성 송산초등학교에서는 일제 강점기 당시 2차례나 주민 1000여명이 몰려와 대한 독립 만세를 소리쳤다.

경기도교육청은 앞으로도 숨어있는 독립운동 학교 유적지와 독립운동가 발굴에 나설 예정이다. 안내판도 학생들이 학교 특성에 맞춰 꾸미도록 할 예정이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안내판이 설치된 학교의 경우 학생들의 애향심과 애교심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며 "도내 숨어있는 학교 속 독립 유적지와 독립운동가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알리겠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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