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가미카제, 조국 사랑으로 날아” 미 전문가 “미국 공격한 특공대 미화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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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부동산 재벌 스티븐 로스의 뉴욕 인근 별장에서 개최한 후원회의 여파가 크다.

대선자금 모금 행사 발언 역풍

트럼프 대통령은 스티븐 로스 등이 주최한 이 후원회에서 연설하며 1200만 달러(약 145억원)를 모금했다고 뉴욕포스트(NYP)가 보도했다. 이 후원회에 참석한 이들은 1인당 25만 달러를 낸 뒤 트럼프 대통령과 따로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다고 한다.

행사가 끝난 뒤 로스가 지분을 갖고 있는 피트니스센터 체인인 에퀴녹스 및 소울사이클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백인 우월주의와 인종 차별주의 등을 조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후원했다는 이유에서다. 에퀴녹스의 유명 인플루언서(influencer)인 벡 돈란 트레이너는 “에퀴녹스를 그만두겠다”며 항의했고, 회사엔 회원권 취소 문의가 빗발쳤다. 로스가 개발을 주도한 뉴욕의 허드슨 야드에서 패션쇼를 하기로 했던 프로발 그룽도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며 쇼를 취소했다. 에퀴녹스의 홍보 담당자는 CNN에 나와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 후원 행사와 관계가 없다”고 호소했다. 로스 본인도 “나는 인종 평등주의와 포용성 및 다양성의 영원한 옹호론자”라는 입장을 냈다.

이번 후원회는 트럼프 대통령 자신에게도 논란을 남겼다. NYP는 트럼프가 “어린 시절 브루클린 임대아파트에서 114달러13센트를 수금하는 것보다 한국에게 10억 달러(방위비 분담금)를 받는 게 더 쉬웠다”며 문재인 대통령을 조롱하는 듯한 제스처도 취한 데 이어,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을 공격한 자살특공대인 일본의 가미카제(神風)를 찬양했다고 보도했다.

NYP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과의 우정, 특히 아베(총리)의 부친에 매료됐다(fascinated)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아베 총리에게 “가미카제 조종사들이 (공격 전) 술이나 약에 취해 있었느냐”고 물었고, 아베 총리는 “아니다. 그들은 단지 조국을 사랑했을 뿐”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어 “기름탱크를 반만 채운 비행기에 올라 조국에 대한 사랑으로 날아가는 것을 상상해 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익명을 원한 한 미국 소재 싱크탱크 소속 박사는 본지에 “자신의 조국을 공격한 가미카제 특공대를 이런 식으로 미화하다니 믿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북한 김정은에 대해 “사람들이 그가 나를 바라볼 때만 미소를 짓는다고 한다”고 말한 것도 역풍을 낳았다. 테드 리우 민주당 하원의원은 11일 “12개의 핵무기를 만들었는데 당신을 보면 당연히 미소 지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트윗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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