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 진로 싸고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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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민정당의 정계개편 추진방안을 둘러싸고 당내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다.
박준규 대표위원·김윤환 총무 등 당 주류의 내각제개헌을 전제한 정계개편 추진에 대해 23일 시기상조라고 반대의사를 표시, 파문을 일으켰던 이종찬 사무총장은 24일 다시 모든 당직에 경선제 도입 등 당내 민주화의활성화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이 총장의 이 같은 움직임은 당 지도부의 민정·공화 중심 정계개편 추진에 제동을 걸고 독자노선을 주장한 것으로 보이며 당내 민주화요구 등은 당내 마찰을 확대시킬 것으로 보여 앞으로의 사태진전이 주목되고있다. <관계기사 3면>
이 총장은 이날『당내 민주주의 구현차원에서 가능한 모든 당직을 경선으로 뽑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이를 위해 현재 진행중인 각 지구당개편대회가 마무리되는 10월부터 당개혁위를 본격 가동, 2월15일 전당대회에서 당헌·당규개정을 통해 경선제가 도입되도록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총장은 경선의 시기·범위는 아직 거론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당개혁위는 지난해 구성돼 부총재 등 경선제 도입방안 등을 마련했었으나 청와대 측 지시로 사실상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당 지도부 측도 이번 전당대회에서 부총재 경선 등 당헌을 수정할 방침이나 그 범위는 제한적이고 경선 실시시기도 2년 후로 잡고 있다.
이 총장은 앞으로 민정당 뿐 아니라 정치권자체의 쇄신 등 제2개혁선언 등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장은 이와 관련, 『평민당의 고정지지기반 안주 및 민주당의 특정지역 당세확장기도 등 지역당으로의 분할은 바람직하지 않다. 각 당은 색깔, 즉 노선에 변혁을 이루어야 하며 이를 민정당이 주도할 때 야당에도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총장은 이날 다시 내각제개헌에 대해 언급, 『내각제가 6·29선언이후 우리당의 기조이기도 하며, 좋은 제도임엔 틀림없지만 집권 이후 불과 1년반 지난 시점에서의 내각제개헌 논의는 사실상 무리』라며 일『내각제는 국민이 선뜻 응하려 하지 않거나 야당의「의견도 제 각각인 상태에서 무리하게 서두르면 오해의 소지만 생긴다』고 전날의 시기상조론을 되풀이했다.
정계개편에 대해서도 이 총장은『국민의사와 야당의 변화를 지켜보는 가운데 순리적으로 추진할 사항이지 야당과 야합하는 인상을 주면 도덕성만 의심받게 된다』며『내각제와 정계개편은 서로 함수관계에 있는 만큼 민정당은 먼저 나서지 말고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주류 측은 내각책임제개헌과 보수노선을 바탕으로 한 정계개편추진방침을 확정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 총장의 이 같은 발언은 이 움직임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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