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ng The Soul’. 영혼을 담은 도전이라고 해야 할까. 7일 영화 ‘브링 더 소울: 더 무비’가 개봉하면서 방탄소년단(BTS)의 영문명에 또 하나의 의미가 추가됐다. 2013년 데뷔 당시 “사회적 편견과 억압을 막아낸다”는 뜻의 ‘불릿프루프 보이스(Bulletproof Boys)’로 시작해 2017년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리뉴얼하며 덧붙인 ‘비욘드 더 신(Beyond The Scene)’과 이어진다. 그야말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다음 단계로 성장해 나가는 청춘”인 셈이다.
음악 다큐 ‘브링 더 소울: 더 무비’ 개봉 #‘번 더 스테이지’부터 1년새 영화만 3편 #넷마블 게임 ‘BTS 월드’는 51개국 1위 #아이돌 넘어 장르 허무는 브랜드로 각광
방탄소년단은 본업은 음악이지만 영화ㆍ게임ㆍ캐릭터 등 문화콘텐트의 경계를 쉼 없이 허물고 있다. 한국 중소기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서 데뷔한 ‘흙수저’ 아이돌에서 미국 빌보드ㆍ영국 오피셜 차트 정상을 휩쓰는 ‘금수저’ 아이돌로 성장담을 지식재산권(IP) 삼아 파생상품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데뷔 초부터 트위터ㆍ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일상을 공유해온 덕분에 쌓인 방대한 자료는 또 다른 콘텐트를 만드는 데 중요한 초석이 됐다.
BTS 또다른 의미, ‘영혼을 담은 도전’
전 세계 110개 국가 및 지역에서 동시 개봉한 ‘브링 더 소울’은 지난해 9월 미국 LA에서 시작해 10월 프랑스 파리까지 이어진 ‘러브 유어셀프’ 북미ㆍ유럽 투어의 여정을 담았다. 지난해 11월 개봉한 이들의 첫 번째 영화 ‘번 더 스테이지: 더 무비’가 유튜브 오리지널로 제작된 8부작 다큐의 축약본이라면, 이번 영화는 음악 다큐와 콘서트 실황의 교집합이다.
전자가 2017년 ‘윙스투어’ 당시 빌보드에서 처음 수상하는 등 세계 시장에 첫발을 내딛는 설렘을 담았다면, 후자는 이미 정상에 오른 밴드로서 책임감과 고뇌가 더 짙게 배어난다. 두 작품 모두 박준수 감독이 연출을 맡아 시리즈의 느낌을 더한다. ‘브링 더 소울’이 올해 4월 미국으로 떠나는 장면으로 끝난 만큼 스타디움 투어 ‘스피크 유어셀프’의 뒷이야기를 담은 영화도 곧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팬들만 보는 영화로 치부하기엔 존재감도 상당하다. 지난 1월 개봉한 ‘러브 유어셀프 인 서울’까지 1년 새 개봉한 영화만 세 편이다. 지난해 8월 서울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린 콘서트 실황인데도 34만 관객을 동원했다. 해외 관객 162만명을 합치면 총 196만 수준. 빅뱅 10주년에 맞춰 개봉한 ‘빅뱅 메이드’(2016, 5만6200명)나 젝스키스 20주년 기념 ‘젝스키스 에이틴’(2018, 5만419명) 등 기존 아이돌 다큐의 수십 배에 달하는 기록이다.
스크린 좌우로 3개면에서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스크린X’의 성장도 이끌었다. 올 상반기 개봉한 한국 영화를 ‘스크린X’로 관람한 25만명 중 22만명이 ‘러브 유어셀프 인 서울’ 관객이다. 지난해 영국 록밴드 퀸의 이야기를 담은 ‘보헤미안 랩소디’부터 ‘스피치리스’ 등 명곡에 힘입어 1200만 관객을 돌파한 ‘알라딘’까지 음악 영화가 잇따라 흥행하면서 극장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CGV는 함께 노래를 따라부를 수 있는 ‘싱 투게더’, 메가박스는 응원봉 아미밤 소지가 가능한 ‘MX 응원상영회’ 등을 마련했다. 음악이 영화 관람 풍속도까지 바꾸고 있는 모습이다.
독점 사진·영상·OST 쏟아지는 ‘혜자’ 게임
게임 업계에서도 이들을 향한 관심이 뜨겁다. 넷마블이 지난 6월 176개국에서 선보인 ‘BTS 월드’가 하루 만에 51개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BTS 매니저가 되어 이들을 데뷔시키는 단순한 육성 게임처럼 보이지만, 방대한 독점 콘텐트를 자랑한다. 실제를 기반으로 한 가상 스토리에 맞춰 사진 1만여장과 영상 100여편 등이 단계별로 공개된다.
파급 효과도 크다. 게임 OST만 52만장이 팔려나갔다. 지난 4월 발매돼 기네스 한국 기록을 경신한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352만장)에 이어 올 상반기에만 400만장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박기수 교수는 “오프라인에서도 게임 속 콘텐트를 즐길 수 있게 하는 등 기존 아이돌 육성 게임과 차별화에 성공했다”며 “팀 서사인 ‘BTS 스토리’ 외에도 멤버별 서사인 ‘어나더 스토리’를 마련해 게임을 보다 능동적이고 다채롭게 즐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로 다른 장르를 주로 소비해온 이용자들이 새롭게 유입되는 것도 장점이다. 넷마블 관계자는 “‘BTS 월드’는 모바일 게임을 처음 해보는 분들이 많을 것이란 전제하에 난이도를 낮추고, 저과금으로 더 오래 즐길 수 있도록 설계한 점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또 “그동안 영화나 만화 원작 게임은 많았지만 음악과는 첫 협업이었는데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라며 “장르 다양화 전략에 따라 방탄소년단을 IP로 한 새로운 게임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SM·카카오 인재 영입…‘용산 시대’ 준비
다양한 협업을 통해 성장해온 빅히트도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올 초 ‘카카오프렌즈’의 라이언을 탄생시킨 천혜림 전 카카오 브랜드아트셀셀장을 영입한 데 이어 소녀시대ㆍf(x)ㆍ레드벨벳 등 SM 걸그룹 콘셉트를 책임져온 민희진 전 이사를 브랜드총괄(CBO)로 임명했다. 지난달에는 여자친구 소속사인 쏘스뮤직 인수를 발표하기도 했다. 내년 5월 용산 신사옥 입주를 앞두고 걸그룹 론칭과 레이블 강화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빅히트는 올해 말 완공 예정인 지하 7층, 지상 19층 규모의 용산 트레이드센터를 전체 임차한다. 네이버 라인프렌즈와 협업해 ‘BT21’ 캐릭터를 만들고, 이를 활용한 게임 ‘퍼즐스타 BT21’을 출시하는 등 관련 사업도 활발하게 벌여온 만큼 자체 캐릭터를 론칭할 가능성도 있다.
날로 확장되는 ‘BTS 월드’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의 시각이 공존한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처럼 하나의 세계관 하에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다 보면 기존 팬덤은 더 탄탄해지지만, 신규 이용자의 진입장벽이 너무 높아지는 탓이다. 음악평론가인 한국 조지메이슨대 이규탁 교수는 “대중문화에서 장르 간 경계가 급속하게 허물어지고 있기 때문에 통합 브랜딩을 하다 보면 전체 파이를 더 키우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IT 기술에 관심이 많은 SM이나 외식사업으로 확장한 YG 등 기존 3대 기획사와는 다른 전략으로 외연을 확장해 나가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