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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년의 썸타는 경제] BTS는 ‘효자자산’…70억 투자해 기업 몸값 2조로 불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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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넷마블은 지난달 26일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을 활용한 실사형 시네마틱 게임 ‘BTS 월드’를 출시했다. 이 게임은 방탄소년단 멤버를 육성하는 시뮬레이션이다. [사진 넷마블]

넷마블은 지난달 26일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을 활용한 실사형 시네마틱 게임 ‘BTS 월드’를 출시했다. 이 게임은 방탄소년단 멤버를 육성하는 시뮬레이션이다. [사진 넷마블]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모바일 게임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국내 게임제작사 넷마블이 지난 26일 서비스를 시작한 연예인 육성 게임 ‘BTS월드’에서다. 이 게임은 출시 20시간 만에 한국 등 세계 51개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무료 게임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했다.

전속계약금은 무형자산 잡혀 #경쟁기업 수준의 주당순익 반영 #BTS 속한 빅히트 가치 2조원대

게임이 아니라 실제로 방탄소년단을 육성한 기업이 느끼는 ‘뿌듯함’을 돈으로 측정할 수 있을까.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가 주식시장에서 얼마나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를 계산하면 짐작할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달 초 자본금 8억8398만원(2018년 말)에 불과한 이 회사의 가치를 1조2800억원~2조2800억원 수준으로 분석했다.

이 연구소는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주가수익비율(PER)이란 공식을 활용했다. 빅히트엔터 주식가격(주가)을 주식 1주당 순이익(주당순이익)으로 나눈 비율이 경쟁기업과 비슷하다고 가정하고, 이 기업의 전체 주식가치(시가총액)를 구하는 형식이다. 비슷하게 이익을 내는 기업들이 시장에서 평가받는 주가가 어떤지를 비교해 기업 가치를 매겨보는 것이다. 토익·자격증·인턴 경력 등 스펙이 비슷한 친구들의 취업 후 연봉을 비교해 자기 연봉을 짐작해보는 것과 비슷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빅히트엔터의 가치를 JYP·YG·SM엔터테인먼트 3개사의 2018년 평균 PER을 비교해 구했다.

연예기획사로는 ‘구멍가게’에 불과한 빅히트엔터가 이 같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방탄소년단 덕분이다. 연예인의 전속계약금은 자동차 회사의 기술 특허처럼 ‘무형자산’ 항목으로 잡혀 있다. 연예인은 전속계약 기간엔 소속사 외에 다른 회사에서 일하지 못하기 때문에, 소속사는 이런 독점적 권리를 자산으로 처리하고 있다. 이 자산은 기계장치나 공장 건물 등 다른 자산처럼 사용할 수 있는 기간으로 나눠 감가상각하기도 한다.

방탄소년단은 기존 소속사와의 의리를 지켜 지난해 10월 7년 동안의 재계약을 맺었다. 연예인의 전속계약금은 ‘영업비밀’이지만 지난해 재무제표상 무형자산이 정확히 70억원 늘어난 것으로 볼 때, 전체 7명의 멤버 1인당 10억원의 계약금이 책정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70억원짜리’ 자산은 7년 동안 매년 10억원씩 ‘감가상각비’로 나눠 회계장부에 반영된다.

마약·성범죄에 연루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연예인들은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부실 자산’이다. ‘버닝썬 사태’에 연루된 빅뱅 멤버 승리처럼 활동 중단을 선언하면 남은 전속 기간에 대한 자산가치는 ‘0원’이 된다. ‘승리’를 활용해 돈을 벌 수 없으니, 회사로서는 기대했던 미래 수익도 사라지는 셈이다. 부실한 연예인이 수백명 있다 한들, 제대로 된 아티스트 한 명을 못 따라가는 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특징이기도 하다. 빅히트엔터는 지난해 64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이 회사보다 규모가 큰 YG엔터는 94억원, JYP엔터는 287억원, SM엔터는 477억원을 버는 데 그쳤다.

‘버닝썬 사태’는 ‘한류 산업’ 전체 이미지까지 훼손했지만,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적은 투자로 막대한 이익을 얻는 ‘효자 산업’으로 주목받는다. 박용정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류를 토대로 서비스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문화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며 “미국·중국 수준의 유니콘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벤처 투자 기반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도년 경제정책팀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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