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트럼프, 총격 참사 지역 방문할 것"…지역사회 '절레절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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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주말 대형 총기 참사가 연달아 발생한 텍사스주(州) 엘패소와 오하이오주 데이턴에 방문 의사를 내비쳤지만 각 지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을 거부하고 나섰다. 총기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 발언이 거론되며 책임론이 불거진 탓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켈리언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의 앞으로의 일정을 논의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비극을 접한 뒤 그곳(엘패소·데이턴)에 가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콘웨이 선임고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은 자연재해 및 참사 지역 방문과 유사한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데이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데이턴에서는 지난 4일 24세 용의자 코너 벳츠의 총격으로 용의자 본인을 포함해 9명이 숨지고 27명이 다쳤다. 민주당 소속 낸 웨일리 데이턴 시장은 이날 "주민들이 불만족스럽다면, 불만족스럽다고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에 대한 대규모 시위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 셈이다.

30일(현지시간) 미국-멕시코 국경지역이 텍사스 주 엘패소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20명이 숨지자 멕시코인들이 총기규제를 촉구하는 팻말을 들고 희생자를 애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미국-멕시코 국경지역이 텍사스 주 엘패소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20명이 숨지자 멕시코인들이 총기규제를 촉구하는 팻말을 들고 희생자를 애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AF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7일 엘패소를 방문할 예정이다. 공화당 소속 디 마고 엘패소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해 상냥한 목소리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식으로 도움을 주겠다고 말했다"며 "연방정부의 모든 가용자원을 동원해 지원해 달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엘패소에서는 지난 3일 오전 월마트에서 총격사건이 발생해 22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지 경찰은 아직 수사 중이지만 21살 용의자 패트릭 크루셔스가 범행 직전 온라인 커뮤니티 에잇챈(8chan)에 중남미 이주민들에 대한 혐오성명을 띄운 것으로 보고 있다.

앨패소 출신인 베토 오루크 전 하원의원은 "증오를 조장해 토요일 참사의 원인을 제공한 대통령은 엘패소에 와서는 안 된다"며 "우리는 더 이상의 분열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치유가 필요하다. 이곳에 대통령의 자리는 없다"고 못 박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민주당 유색인종 여성의원 4인방을 지목하며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목소리를 높여 미 정치권에 인종차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지난 3~4일 두 차례 연속으로 대형 총격사건이 발생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우리나라는 한목소리로 인종주의와 편견, 백인우월주의를 비난해야 한다"며 "미국에서 증오가 발붙일 곳은 없다. 증오는 정신을 비뚤어지게 하고 마음을 황폐화하고 영혼을 집어삼킨다"고 비판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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