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 뽑는 데도 이렇다면 내년 대선 경선 어떨지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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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표 한 번 뽑는데 이렇다면 대선 경선 땐 어떻게 될지…. 걱정이 많다."

이명박(사진) 전 서울시장이 침묵을 깼다. 그는 한나라당 7.11 전당대회를 강타한 '박근혜-이명박 대리전 논란'의 한쪽 당사자다. 두 사람은 내년 상반기에 있을 대선후보 경선에서 격돌할 가능성이 크다.

전당대회 이후 말을 아꼈던 이 전 시장은 14일 오후 서울 안국동 개인사무실(안국포럼)에서 기자와 만나 "당대표 경선에서도 대리전.색깔론이 나오는데 앞으로 대선후보 경선은 어떨지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순천 선암사에서 머물고 있는 이재오 최고위원 문제에 대해 "선거과정에서 좌파로 몰린 이 위원에게 당이 복귀의 명분을 줘야 한다. 당이 선거과정에서 그를 좌파로 만들지 않았나. (강재섭) 당대표의 적절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표시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기자의 해설)

-대리전 논란에 휘말렸는데.

"본의 아니게 휘말렸다. 그러나 이재오 위원은 처음부터 '이 시장은 개입하지 말고 적당한 거리를 두시라. 내가 알아서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 중간에 박근혜 전 대표 측이 개입할 때도 이 최고위원은 전화로 '박근혜 대표는 끝까지 개입하지 않을 것이다. 개의치 말라'고 했다. 본인이 그렇게 요청했기 때문에 나는 도와줄 수 없었다."

-이 위원을 지지해 달라는 호소전화 한 통도 안 했나.

"이 최고위원 본인이 하지 말라는데…. '잘 알아서 하시라'할 수밖에 없다. 전화를 해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오해 소지가 있을까봐 부탁한다는 이야기는 안 했다. 전화 통화 한 번도 안 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책 잡히지 않게끔 했다."

-박 전 대표 측은 박창달 전 의원이 이 최고위원을 도운 것과 이 전 시장을 연결시키고 있다.

"박 전 의원은 나와 잘 아는 사이다. 그러나 내가 일을 시키거나 하는 관계가 아니다. 박 전 의원은 우리와 무관하게 이 최고위원이 필요해서 쓴 사람이다. 이 최고위원은 나뿐 아니라 나와 함께 일하는 다른 사람에게도 전화를 걸어 개입하지 못하게 했다. 박 전 의원이 대리전 논란의 발단이라면 (박 전 대표 측이) 개입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안타깝다."(※박 전 대표 측은 이 전 시장과 가까운 박 전 의원이 이 최고위원을 도운 것이 이 전 시장 개입의 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개혁할 수 있는 인물이 대표가 돼야 한다'는 이 전시장의 한 언론 인터뷰도 공정성 시비를 낳았다.

"내 뜻이 아니라 국민들이 그런 사람을 원하는 게 아니겠느냐는 뜻으로 말했을 뿐이다."(※이 발언을 놓고 이 전 시장이 상대적으로 개혁적인 이미지의 이 최고위원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것이란 이야기가 돌았다.)

-이 최고위원이 며칠째 당무에 불참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받은 충격은 백분 이해한다. 쉽게 해소되기 힘든 충격일 것이다. 박 전 대표에 대한 신뢰를 많이 가졌던 것 같다. 그러나 새 지도부가 출범했으니 대승적 차원에서 당에 복귀해야 한다."

-이 위원의 경선 패배에 충격을 받았나.

"이재오가 됐다, 또는 안 됐다에 충격받은 것은 아니다. 대리전.색깔론 논란에 걱정을 많이 했다. 대회운영 측의 진행 과정이 특히 걱정스러웠다."(※이 전 시장 측은 전당대회 당일 이재오 후보의 연설 때 박 전 대표가 자리를 옮긴 것, 박 전 대표는 일반 관람석에, 이 전시장은 당직자석에 앉도록 한 좌석 배정이 공정치 못했다고 보고 있다.)

-전당대회 이후 당이 민정당 시절로 돌아갔다는 비판이 나오는데.

"그 말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모습이 그러니…. 당 운영이나 당직자 구성 등에 있어 다양한 색깔의 모습을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한다."

서승욱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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