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증상 없이 터지는 '머릿속 시한폭탄' 뇌동맥류, 5년새 2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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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동맥류는 병이 진행되는 동안 특별한 증상이 없어 알아채기 어려운데, 결국 뇌혈관을 파열시켜 사망 위험을 높이고 영구적 후유장애를 일으켜 ‘머릿 속 시한폭탄’이라 불린다. [pixabay]

뇌동맥류는 병이 진행되는 동안 특별한 증상이 없어 알아채기 어려운데, 결국 뇌혈관을 파열시켜 사망 위험을 높이고 영구적 후유장애를 일으켜 ‘머릿 속 시한폭탄’이라 불린다. [pixabay]

뇌혈관이 풍선처럼 비정상적으로 크게 부풀어오르는 뇌동맥류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뇌동맥류 환자는 2014년 5만529명에서 2018년 9만8166명으로 약 94% 증가했다. 5년 새 두 배로 늘어났다. 뇌동맥류는 병이 진행되는 동안 특별한 증상이 없어 알아채기 어렵다. 뇌동맥류는 자칫하면 뇌혈관을 파열시켜 사망 위험을 높이고 영구적인 장애를 안겨 ‘머릿속 시한폭탄’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뇌동맥류는 무엇이며 예방 및 치료법은 무엇인지 고준석 강동경희대병원 뇌신경센터 신경외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봤다.

뇌동맥류는 뇌혈관 벽이 부풀어 혈관 외부로 비정상적인 공간(꽈리)을 형성하는 질환이다. 뇌동맥류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고준석 교수는 “학계에서는 혈관벽 내에 미세한 균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뇌동맥류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선천적인 혈관벽 질환, 혈관 손상을 일으키는 대사 질환, 고혈압과 흡연 등 생활습관 등이 위험인자로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뇌동맥류가 늘어나는 이유도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조기검진이 활성화되면서 검진으로 발견하는 사람이 늘어난 점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파열되면 영구적 뇌손상 유발, 사망위험도 높아

뇌동맥류로 부풀어 오른 혈관이 터지면 뇌출혈이 생긴다. 이 경우 사망 위험이 크게 높아지고, 뇌에 영구적 손상이 가해져 언어장애, 운동장애 등이 남을 수 있다. 뇌동맥류 파열은 혈압으로 인한 뇌압 상승이 주요 원인이다. 따라서 혈압에 영향을 미치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의 질환이 위험인자가 될 수 있다. 혈압을 높이는 음주, 비만, 흡연 등의 생활습관도 마찬가지다. 갑자기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힘을 줘서 대변을 보는 등 혈압을 높이는 행동도 뇌동맥류 파열 위험을 높인다. 같은 이유로 격렬한 운동, 기침 등도 위험인자가 될 수 있다.

뇌혈관조영술에서 혈관벽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뇌동맥류 모습[강동경희대병원]

뇌혈관조영술에서 혈관벽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뇌동맥류 모습[강동경희대병원]

뇌동맥류 파열을 막기 위해서는 정기검진을 통한 조기발견과 치료가 필수다. 이에 고준석 교수는 “뚜렷한 증상이 없더라도 고혈압 등 혈압과 연관된 질환, 뇌동맥류 가족력 등이 있다면 정기검진을 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주로 뇌혈관 CT(CTA), 뇌혈관 MRI(MRA) 검사, 뇌혈관조영술 등으로 검사한다. 뇌동맥류 파열 전 증상으로은 둔기로 맞은 듯한 극심한 두통, 뒷목이 뻣뻣해지는 증상, 구토 등이 있다. 심한 경우 마비, 의식소실, 호흡마비 등이 나타난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심한 두통이 나타난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드물지만 감기 증상처럼 가벼운 두통이 수 일간 지속될 수 도 있다.

뇌동맥류를 파열 전 발견해 치료하면 95% 이상에서 좋은 결과가 나타난다. 치료는 주로 ‘클립결찰술’과 코일색전술’로 이뤄진다. 클립결찰술은 이마 부위 두개골을 열고 클립 같은 고정 핀으로 부풀어 오른 뇌동맥류를 졸라매는 수술법이다. 코일색전술은 머리를 절개하지 않고 사타구니에 있는 대퇴동맥을 통해 뇌동맥에 가느다란 도관을 넣는다. 그 뒤 뇌동맥류 내부를 백금 등으로 만들어진 특수 코일로 채워 막는 방식이다. 뇌수술이 어렵거나 직접 수술 위험성이 큰 환자에게 적합하다.

뇌지주막하출혈의 뇌CT 사진. 뇌 가운데에 흰색으로 보이는 별모양의 급성 출혈이 보인다. [강동경희대병원]

뇌지주막하출혈의 뇌CT 사진. 뇌 가운데에 흰색으로 보이는 별모양의 급성 출혈이 보인다. [강동경희대병원]

실내 운동, 생활습관 개선으로 뇌동맥류 예방해야

뇌동맥류를 예방하려면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과 같은 질환을 잘 관리한다. 또 과음, 흡연, 스트레스, 운동 부족 등 나쁜 생활습관을 버린다. 요즘처럼 더운 여름철이라고 가만히 앉아있기 보다는 실내 운동을 통해 꾸준한 운동량을 유지해주는 것이 좋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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