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공포' 국민 69%, "도쿄올림픽 보이콧 찬성"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11월24일 후쿠시마에서 만난 악수를 나누는 토마스 바흐(오른쪽) IOC 위원장과 아베 일본 총리. [연합뉴스]

지난해 11월24일 후쿠시마에서 만난 악수를 나누는 토마스 바흐(오른쪽) IOC 위원장과 아베 일본 총리. [연합뉴스]

국민 10명 중 7명이 2020년 도쿄올림픽 보이콧(조직적 거부운동)을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많은 국민들이 일본 후쿠시마산 농수산물 방사능을 우려했다.

국민 10명 중 7명 "선수 안전 최우선" 찬성 #'과도한 대응' 보이콧 반대는 21.6% #리얼미터, 설문조사 앞서 방사능 문제 설명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지난 2일 CBS 의뢰로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2명을 대상으로 도쿄올림픽 보이콧에 대한 국민여론을 조사했다. 그 결과 ‘선수 안전이 최우선이므로 추가 안전조치가 없으면 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찬성 응답이 68.9%로 나타났다고 3일 밝혔다.

반면 ‘구체적 안전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으므로 보이콧은 과도한 대응이다’란 응답은 21.6%를 기록했다. ‘모름, 무응답’이 9.5%였다.

보수층을 제외한 모든 지역·연령·정당 지지층 등에서 보이콧 찬성 응답이 대다수거나 다수로 나타났다. 특히 경기·인천(찬성 72.3%), 남성(찬성 74.1%), 20대(찬성 78.5%), 진보층(찬성 83.3%)에서 찬성응답이 70%를 상회했다. 이번조사는 1만181명 통화를 시도해 502명이 응답, 응답률 4.9%를 기록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다.

도쿄 올림픽은 내년 7월24일 개막해 8월9일까지 열린다. 하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원전사고가 터진 후쿠시마 지역에서 야구와 소프트볼 경기가 치러진다. 또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선수단 식단에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활용해 안전성을 홍보하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후쿠시마 안전문제, 방사능 안전문제를 앞에 설명을 하고 조사했기 때문에 더 우려의 목소리가 큰 것이 아닌가 싶다. 만약에 후쿠시마산 음식과 방사능 안전 문제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면 이것보다는 조금 낮아겠죠. 그런데 그부분에 대해 설명을 했기 때문에 70% 가까이 매우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많은 국민들이 도쿄올림픽의 방사능 공포를 우려하고 있는건 사실이지만, 설문조사를 실시하면서 앞에 후쿠시마 방사능문제를 언급한건 객관적인 설문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24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 열린 2019 국가대표 선수단의 날 행사장에 2020 도쿄 올림픽까지 365일 남았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뉴스1]

지난달 24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 열린 2019 국가대표 선수단의 날 행사장에 2020 도쿄 올림픽까지 365일 남았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뉴스1]

한편 이 대표는 “선수들은 지금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고, 4년 만에 한번씩 찾아오는 기회기 때문에 아마 보이콧 반대 의견이 높지 않을까 싶은데, 선수들 건강문제를 우려하는 국민의 목소리는 지금 70%가량 많다”고 설명했다.

‘가더라도 음식을 좀 싸가지고 갈 수는 없는가’란 질문에 이 대표는 “선수들은 아마 국가별로 준비한 음식을 먹을 것 같은데, 관광객들과 관계자들은 사실 싸갈 수 없다. 거기 있는 음식을 먹어야되기 때문에”라고 답했다. ‘선수촌에서 주지 누가 그걸 다 싸가는가’란 질문에는 “수산물 금지와 수입금지조치도 WTO(세계무역기구)에서 우리 한국손을 들어줬었기 때문에 국제이슈화된다면 일본이 결코 유리한 이슈는 아니겠죠”라고 답했다.

한편 지난 2일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하면서, 한국스포츠계에도 후폭풍이 거세다. 울산 현대모비스 등 남자프로농구팀들은 일본 전지훈련을 취소하거나 백지화했다. 여자컬링 경기도청과 춘천시청은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월드컬링투어 ‘홋카이도 은행 컬링 클래식’ 출전을 철회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도쿄올림픽 보이콧 운동’을 제안하는 글이 올라왔다. 일각에서는 ‘도쿄올림픽 보이콧’으로 인해 4년간 땀흘린 선수들이 피해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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