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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보복 선봉 세코 산업상은 ‘아베의 괴벨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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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세코 히로시게

세코 히로시게

지난 3일 저녁 중국 베이징에 머물던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사진) 일본 경제산업상이 아홉 차례의 ‘폭풍 트윗’을 했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각료회의에서 유명희 산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설전을 벌인 직후 이를 반박하는 내용으로 도배했다.

총리 관저 ‘6인 회의’ 제안자

세코는 요즘 한국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못지않은 ‘국민 비호감’으로 등극했다. 세코는 2일 각의에서 화이트 국가 배제 결정을 내린 뒤 기자회견장에 나와 “우회 수출이나 목적 이외 전용에 대해 엄정 대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일본 정부의 이번 한국 때리기는 1870년대 전후 일본에서 대두한 정한론(征韓論·조선공략론)에 비견된다. 그래서 ‘21세기형 정한론’이라고도 불리는데, 그 선두에 세코가 서 있다. 자타 공인 홍보전문가로 나치 정권의 선전 장관이던 파울 괴벨스를 본떠 ‘자민당의 괴벨스’로 자주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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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부는 경제기획청 장관, 부친은 학교법인 이사장을 지냈다. 와세다대(정치경제학부) 졸업 후 일본전신전화(NTT)에 입사한 뒤 파견 형태로 미국으로 건너가 커뮤니케이션학을 공부했다. 그 뒤 NTT 홍보부의 보도 담당을 지냈다. 자치(내무)대신을 지낸 숙부의 사망 직후 지역구를 물려받았다. 참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한 뒤 2005년 중의원 선거 때 자민당 홍보본부장 대리로 미디어 전략 등을 총괄했다.

2006년 9월 제1차 아베 내각 발족 때 홍보담당 보좌관이 되면서 ‘아베의 괴벨스’가 됐다. 당시 아베 총리가 올인한 ‘아름다운 나라 만들기 프로젝트’, 즉 일련의 우경화 정책 추진을 위한 여론 수렴도 담당했다. 그의 별명이 ‘괴벨스’라는 얘기를 들은 아베 총리가 “고등학교 때 읽은 책”이라며 괴벨스 관련 서적을 세코에게 빌려주기도 했다. 당시 아베 총리가 세코 장관에게 “괴벨스의 말로가 비참했던 거 알지? 당신도 신경쓰는 게 좋아”라고 농담해 화제가 됐다.

아베 총리가 정권을 탈환한 2012년 말부터 정치인 출신으론 역대 최장기록인 무려 1317일 동안 관방 부장관으로 아베 총리를 보좌했다. 2012년 말 재집권한 아베에게 “총리와 관저 핵심 참모들이 하루에 5분이라도 소통해야 한다”며 현재 관저 의사결정의 핵심이 된 ‘6인 회의’를 제안했다. 아베 총리는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조차도 모르게 충복 세코를 앞세워 지난 7월 1일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를 단행했다. 이번 조치의 기획자로 알려진 총리관저의 실세 이마이 다카야(今井尚哉) 수석비서관도 경제산업성 출신이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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