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리 겪었는데 부산시 왜 또 광안대교 걷기행사 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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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광안대교에서 행사가 열리는 모습. [중앙포토]

지난 2010년 광안대교에서 행사가 열리는 모습. [중앙포토]

부산의 랜드마크인 광안대교가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달 광안대교 개방행사를 하면서 교통체증이 빚어졌는데 부산시가 다음 달에 또 이곳에서 걷기대회를 열기로 하면서다. 그렇다면 왜 부산시는 걷기 행사 때마다 교통체증 등으로 민원이 빗발치는 이런 행사를 잇따라 여는 걸까.

부산시 "보행로와 자전거길 조성 위해 행사 열어" #시민들 "교통체증 등 이용자 불편도 고려해야"

사연은 이렇다. 부산시는 광안대교를 앞으로 세계적 관광명소로 키우기 위해 보행로와 자전거길 조성을 검토하고 있다. 2003년 개통한 광안대교는 수영구 남천동 49호 광장에서 해운대구 센텀시티 부근을 잇는 총연장 7.42㎞다. 국내 최대 해상 복층 교량으로 현재는 사람과 자전거가 다닐 수 없는 자동차 전용 유료도로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오거돈 시장이 취임한 뒤 ‘사람 중심 보행문화 확산’을 강조하면서 광안대교에 보행로와 자전거길을 조성하는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27일 열린 광안대교 개방 행사도 같은 맥락에서 열렸다. 광안대교는 그동안 유료인 언론사 마라톤·걷기대회 코스로 이용된 적 있지만, 무료로 시민 보행길로 개방된 것은 처음이었다. 이날 부산시는 오전 8시부터 3시간 동안 광안대교 상층부 4.9㎞를 무료로 개방했다. 보행은 보행자 안전을 고려해 광안대교 해운대요금소에서 진입해 남천동 메가마트로 진출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보행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광안대교에서는 버스킹 공연 같은 ‘걷기 잔치 한마당’이 펼쳐졌다. 또 교량의 주탑과 해운대 마린시티를 배경으로 ‘인생 샷’을 남길 수 있는 다양한 포토존이 설치돼 인기를 끌었다. 교량 중앙에는 푸드트럭 존이 설치돼 참가자들은 다리 위에서 브런치를 즐기는 색다른 경험도 했다.

광안대교 이미지. [중앙포토]

광안대교 이미지. [중앙포토]

그러나 부작용도 있었다. 이날 열린 광안대교 개방행사로 오전 7시부터 차량 통행이 금지되면서 운전자와 관광객이 큰 불편을 겪었다. 휴가철이어서 해운대와 광안리 등 시내 주요 해수욕장 등 관광지를 찾았던 관광객과 남포동 등 원도심으로 이동하려던 시민 등이 2~3시간 이상씩 도로에 발이 묶이면서 민원이 빗발쳤다. 특히 부산시가 다음 달 22일 광안대교 상층부에서 또 한차례 걷기대회를 하겠다는 방침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해운대에 사는 김모(52)씨는 “마라톤과 해맞이 행사 등을 수시로 하면서 광안대교가 그때마다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시가 2차례나 더 걷기대회를 연달아 하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부산시는 다음 달로 예정된 걷기대회를 예정대로 열겠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오는 9월 중 광안대교 개방행사를 한 차례 더 진행해 개방에 따른 안전문제와 차량 흐름 등을 파악해 특정한 날을 정해 광안대교를 정기 개방하거나 전용 보행·자전거길을 만들어 상시 개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다음 달 행사 때 운전자 불편이 예상되지만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광안대교 보행로 조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위해 걷기대회 행사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부산=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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