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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전 '뚱보 스캔들' 재연? 한국발 방산비리 휘말린 美해군

중앙일보

입력

미 해군의 찰스 드루함(왼쪽)이 프랑스 해군의 구축함인 장 바르함을 보급하고 있다. 찰스 드루함의 민간인 최고 책임자였던 제임스 드라이버가 수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또 그에게 편의를 봐준 한국인 업자 K씨가 기소됐다. [사진 미 해군]

미 해군의 찰스 드루함(왼쪽)이 프랑스 해군의 구축함인 장 바르함을 보급하고 있다. 찰스 드루함의 민간인 최고 책임자였던 제임스 드라이버가 수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또 그에게 편의를 봐준 한국인 업자 K씨가 기소됐다. [사진 미 해군]

미국 해군이 한국발 ‘방산비리’에 휘말렸다.

미국 법무부, 뇌물수수 혐의로 공소 #편의받은 해군 군무원 이미 재판 중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의 군사 전문 매체인 디펜스 뉴스에 따르면 미 법무부가 한국에 본사를 둔 D사의 사장인 K씨에 대해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했다. K씨가 편의를 봐준 미 해군의 군무원인 제임스 드라이버는 이미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하고 양형을 기다리고 있다.

디펜스 뉴스가 보도한 K씨의 공소장에 따르면 D사는 드라이버에게 KTX 승차권을 사주고, 그와 그의 가족에게 호텔 방을 잡아줬다. 또 기밀로 지정된 미 해군의 항해 일정, 경쟁업체의 가격 등 정보를 제공하면 나중에 일자리를 주겠다고 약속했다는 것이다.

D사는 ‘허스밴딩 서비스(husbanding service)’ 업체다. 허스밴딩 서비스는 선박이 항구에 정박할 때 예인선 예약, 급수 제공, 하수도 처리, 케이블ㆍ인터넷 설치, 쓰레기 수거 등 여러 필수적인 일을 해주는 서비스다. 미 해군은 민간 업자들에게 허스밴딩 서비스 하청을 준다. D사는 제7 함대 등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미 해군 전투함과 지원함에 대한 허스밴딩 서비스를 제공했다.

미국 연방 검찰은 K씨와 D사가 더 많은 하청을 따내기 위해 여러 명의 미 해군 현역 군인과 군무원들에게 금품이나 향응을 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히 미 해군 소속 군사해운사령부(MSC)의 부산 사무소를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K씨의 공소장엔 익명의 용의자 1명에 대한 혐의도 들어있다. 자짓 수사가 확대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미 해군은 허스밴딩 서비스 때문에 이미 홍역을 크게 치렀다. 또 다른 허스밴딩 서비스 업체인 GDMA를 운영하는 프랜시스 리어나르드는 미 해군의 지휘관과 참모들에게 골프, 마약, 성매매는 물론 브로드웨이 뮤지컬 티켓까지 갖다 준 사실이 2013년 적발됐다. 과도하게 서비스 대가를 청구해도 눈 감아달라는 취지였다.

리어나르드의 별명을 따 ‘뚱보(Fat) 리어나르드 스캔들’로 불리는 이 사건 때문에 10명이 넘는 미 해군의 제독과 대령들이 처벌되거나 불명예 제대했다. 재미동포 1.5세 해군 영관급 장교도 이 스캔들 때문에 견책장을 받았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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