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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스타트업 대표가 돌연 "어기면 사퇴" 각서 쓴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약속 못 지키면 대표직을 사퇴하겠다.”

연 매출 70억 원대의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가 작성한 각서(사진)가 화제다. 각서에는 직접 “위 내용을 어길시 대표직을 사퇴하겠다”고 적혀 있다. 각서의 주인공은 데이팅앱 ‘글램’을 서비스하는 큐피스트의 안재원 대표다. 지난 17일 작성해 공증까지 받았다고 한다.

2015년 서비스를 시작한 글램은 ‘일간 순수 이용자(DAU)’가 8만5000명에 이르는 국내 주요 데이팅앱 업체 중 하나다. 안 대표는 각서에서 “회원인 척 유저를 속이는 아르바이트를 절대 고용하지 않겠다”, “허위 프로필을 절대 만들지 않는다”, “매출보다 유저의 연결에 더욱 집중한다” 등을 약속했다. 이런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을 때 대표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것이다.

 데이팅앱 '글램'을 서비스하는 큐피스트의 안재원 대표가 작성한 각서. '허위 프로필'과 '가짜 회원' 등 데이팅앱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일들을 근절하겠다는 취지를 담았다. [사진 큐피스트]

데이팅앱 '글램'을 서비스하는 큐피스트의 안재원 대표가 작성한 각서. '허위 프로필'과 '가짜 회원' 등 데이팅앱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일들을 근절하겠다는 취지를 담았다. [사진 큐피스트]

업계 일부, '물 관리' 위해 알바 고용 의심 받아   

이 각서에는 국내 데이팅앱 업계의 고민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지만, 그 이면에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서다. 국내 데이팅앱 시장의 전망은 밝다. 일단 돈이 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2015년 500억원 수준이던 데이팅앱 시장 규모는 지난해 2000억원 대 이상으로 커졌다. 31일 오전 현재도 구글플레이 내 최고 매출 상위 10위 앱 중 5개가 데이팅앱일 정도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앞으로 2~3년 이내에 데이팅앱 관련 시장 규모가 4000억~5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있다.

그래서 올해 초에는 글로벌 1위의 데이팅앱인 틴더(tinder)의 엘리 사이드먼 CEO가 직접 내한해 “한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런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허위 프로필을 앞세운 가짜 회원이 넘쳐나면서 데이팅앱 전반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신도 깊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데이팅앱 업체가 ‘물 관리’를 위해 용모가 뛰어난 이들을 고용해 이들을 활용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품고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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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내부에서도 자정 노력
때문에 글램을 비롯한 데이팅앱 업계 내부에서도 자정 노력이 한창이다. 글램은 ▶자체 가입 심사를 통한 사진 도용 방지 ▶악성 유저 가입 차단 ▶5일 이상 미접속 시 소개 제한 등의 조처를 하고 있다.

또 다른 데이팅앱인 아만다 역시 ‘진지한 연애 상대’를 만나는 데 방점을 두고 나이와 학력 등 정형적 데이트 위주의 프로필 항목에 최근 ‘해보고 싶은 데이트’, ‘휴일을 보내는 법’ 등 26개의 스토리 질문을 추가했다.

각서를 쓴 안 대표는 “실제 서비스 초기에는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라는 제안을 받은 적도 있다"고 털어놓으며 "하지만 유저를 속이면서까지 서비스를 운영하지는 말자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 일부 회사에 대해서도 “올바른 시장 조성을 위해서도 절대로 유저를 기만하는 행동은 하지 말아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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