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는 건반악기다.
손으로 건반을 누르면 액션(Action)이라고 불리는 운동전달장치가 신속한 관절운동을 하면서 해머가 금속 현을 때려 소리를 낸다. 해머는 양털을 고압으로 압축해서 제작하는데, 한번 동작에 세 개의 금속 현을 때린다.
따라서 피아노 소리를 좌우하는 요소 중에서 현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소재, 길이 등이 음색에 큰 영향을 준다. 그중에서도 현의 길이는 피아노가 얼마나 웅장하고 풍성한 소리를 내는가를 좌우한다.
미국의 세계적인 피아노 제작회사 스타인웨이는 여러 모델의 피아노를 제작하는데 가장 큰 콘서트 그랜드를 '모델 D'라 부른다. 이 모델들은 고유번호를 부여받는데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는 스타인웨이의 'CD-318'을 애용했다. 이 모델의 길이는 약 270cm 정도다.
그런데 북유럽 발트 해의 항구도시 라트비아의 벤츠필스 콘서트홀에는 현의 길이만 무려 470cm, 전체 크기가 약 600cm에 달하는 피아노가 있다. 당연히 세계 세계에서 가장 큰 피아노다.
피아노의 이름은 '470i 수직 콘서트 그랜드 피아노'다. 보통의 그랜드 피아노의 경우 현은 수평으로 설치되지만, 이 피아노는 너무 커 수직으로 설치할 수밖에 없고, 피아노 자체가 파이프오르간처럼 콘서트홀 벽에 부착되어 있다. 연주자는 피아노를 연주하기 위해 철제 계단을 올라가 건물 3층 높이에 설치된 발코니에 앉아야 한다.
한 여성 피아니스트가 모델 470i 를 연주하고 있다. 액션 장치 맨 위의 흰색 부분이 해머다. 건반을 누르면 이 해머가 벽면에 수직으로 길게 설치된 현을 두드려 소리를 낸다. 소리는 당연히 보통 피아노와 다르다. 특히 현이 거의 5m에 달하는 저음부는 굵으면서도 낭랑한 소리를 낸다.
피아노 제작자 클라빈스는 이 피아노가 감성이 풍부한 음악, 즉 라흐마니노프나 스크리아빈의 작품에 잘 어울릴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들도 완전히 다른 소리를 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피아노 제작자 다비드 클라빈스가 자신이 제작한 470i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클라빈스는 독일-라트비아계 악기 제작자다. 1987년에 모델 370을 제작했고, 이어 450i으로 확대한 뒤, 최근 470i 모델을 제작했다.
최정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