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프로듀스X101 투표 조작 논란, 수사로까지 이어지나

중앙일보

입력

프로듀스 X 101 [Mnet]

프로듀스 X 101 [Mnet]

아이돌 선발 프로그램인 ‘프로듀스X101’의 생방송 문자 투표 조작 논란이 번지고 있다.

프로듀스 팬들 고소·고발 검토中 #"문자투표 원본 데이터 공개해야" #엠넷 묵묵부답, '조작 이유 없다' #하태경 "검찰 수사해 진상 밝혀야"

논란의 핵심은 투표 내역 공개다. 프로듀스X101 팬들은 투표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방송사인 Mnet(엠넷) 측에 문자 투표 원본 데이터를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19일 마지막 생방송에서 프로듀스X101은 연습생 1~20위를 상대로 문자 투표를 진행해 최종 데뷔 인원 11명을 선발했다. 하지만 방송 직후 네티즌과 팬들은 1~20위 연습생들 사이의 득표수 차이에 일정 패턴이 반복된다며 제작진의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예를 들어 1위 김요한(133만4011표)과 2위 김우석(130만4033표)의 표 차이는 2만9978표다. 그런데 3위 한승우와 4위 송형준, 6위 손동표와 7위 이한결, 7위 이한결과 8위 남도현, 10위 강민희와 11위 이진혁 사이의 득표 차 역시 동일하게 2만9978표다. 1위에서 11위 사이에 5번 동일한 표 차이가 있는 것이다. 2만9978표뿐만 아니라 7495표 차이도 1~20위 사이에서 4번 반복된다.

이에 대해 엠넷 측은 “조작할 이유가 없다”며 24일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문자 투표 원본 데이터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법적으로 현재 상황에서 엠넷이 문자 투표 데이터를 공개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프로듀스X101 팬들은 투표 데이터를 공개하라는 내용의 국민청원을 넣거나 ‘엠넷 고소’ 등의 문구를 포털 사이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로 올리려는 집단 행동 등에 돌입하며 엠넷을 압박하고 있다. 팬들은 엠넷을 상대로 형사 고소까지 검토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변호사 수임료를 위한 크라우드 펀딩은 약 1시간 만에 목표 금액인 330만원을 넘겼다.

프로듀스X101 문자 투표 순위 조작 의혹과 관련해 네티즌들이 각 연습생들의 투표 및 투표수 차이를 엑셀로 정리한 표.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프로듀스X101 문자 투표 순위 조작 의혹과 관련해 네티즌들이 각 연습생들의 투표 및 투표수 차이를 엑셀로 정리한 표.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엠넷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법률 전문가들은 투표 조작이 확인된다면 ‘업무방해죄’나 ‘사기죄’ 등이 성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창현 한국외대(로스쿨) 교수는 “공정한 규칙에 따라 데뷔 인원을 선발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니 부정행위를 통해 시험이 치러진 것과 같다”며 “업무방해가 인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의지(법무법인 서담) 변호사는 “엠넷이라는 꽤 큰 방송사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있기 때문에 사기죄가 성립될 수도 있다”며 “팬 입장에서는 100원을 내고 문자 투표를 하면 공정한 투표가 이뤄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한규(법무법인 공간) 변호사는 “정당한 절차에 따라 순위가 가려져야 하는데 투표가 조작된 것이라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라고 볼 수 있다”며 “수사기관에 고소·고발장이 접수되면 엠넷이 정당한 절차를 거쳤는지 과정을 들여다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표 조작 논란이 검찰 수사로까지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프로듀스X101 투표 조작 논란을 거론하며 “검찰이 수사해 진상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 의원은 “표 조작 사건은 일종의 채용비리이자 취업사기”라며 “투표 결과는 조작이 거의 확실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엠넷에 법적으로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사기죄는 경제 범죄에 속해 경제적 이득을 취했을 때만 성립되는데 문자 투표가 그 범주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업무방해의 경우 엠넷 사측이 제작진을 상대로 제기하지 않는 이상 이것도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로스쿨 교수도 "법적으로 문제점을 찾기는 어려울 수 있다"며 "하지만 방송사 입장에서 방송 심의 규정, 윤리규정을 위반한 것이 될 수 있고 시청자들의 신뢰를 잃었으니 더 큰 손해가 아니겠나"라고 밝혔다.

이후연·신혜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