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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프린터로 집 짓기, 1억 원룸 1000만원에 가능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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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신동원 코로나 사장. 그 뒤에는 3D 프린터로 제작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서 있다. [사진 코로나]

신동원 코로나 사장. 그 뒤에는 3D 프린터로 제작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서 있다. [사진 코로나]

“전용면적 6평(19.83㎡) 원룸 한 채가 1억원 정도라고 칩시다. 이걸 3D 프린터로 지으면 가격을 1000만원까지 낮출 수 있습니다.”

신동원 코로나 사장 인터뷰 #현재 찜질방 토굴·조형물 제작 수준 #국내 지원 못받아 캐나다 자금 유치 #수년 안 3D프린팅 아파트 선뵐 예정

최근 신동원 코로나 사장(35)은 경기 김포시 본사 공장에서 중앙일보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코로나는 2013년 설립된 국내 유일의 3D 프린팅 건설사다. 정말 3D 프린팅 건설로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

3D 프린터는 앞뒤(x축)·좌우(y축)·상하(z축) 운동을 하며 입체를 만든다. 큰 덩어리를 깎아내는 ‘절삭형’ 혹은 재료를 분출해 한 층씩 쌓는 ‘적층형’으로 구분된다. 3D 프린팅 건설은 보통 적층형 방식으로, 콘크리트 액체 등을 뿜어 구조물을 쌓는다.

노동 집약적인 기존 건설 방식과 달리 3D 프린팅 건설은 기계 중심이라는 게 특징이다. 인력을 줄이고 공사 기간을 단축해 공사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다. 신 사장이 “주택 공사비를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자신하는 이유다.

해외에선 ‘3D 프린터로 집 짓기’가 이미 실현되고 있다. 중국 건설사 윈선은 2015년 1월 3D 프린터로 만든 5층짜리 아파트(전시용)를 완공했다. 프랑스 낭트에 가면 3D 프린터로 지은 세계 첫 공공주택 ‘이누바(yhnova)’를 볼 수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사람이 살고 있다. 네덜란드에선 에인트호번 공대가 2023년까지 3D 프린터로 임대주택 5채를 지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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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걸음마 수준이다. 신 사장의 코로나는 아직 주택을 제작하지 못하고 있다. 대신 3D 프린터로 찜질방 토굴이나 조형물을 제작한다. 또한 해군 제2기동건설대대와 함께 군사 시설물(방공호·벙커·탄약창·킬블록·방호벽 등)을 만드는 중이다.

코로나가 3D 프린터로 만든 콘크리트 구조물. 신동원 사장과 그의 아내가 들어가 있다. [사진 코로나]

코로나가 3D 프린터로 만든 콘크리트 구조물. 신동원 사장과 그의 아내가 들어가 있다. [사진 코로나]

코로나와 해군 제2기동건설대대가 3D 프린터로 제작한 벙커. [사진 코로나]

코로나와 해군 제2기동건설대대가 3D 프린터로 제작한 벙커. [사진 코로나]

신 사장은 “주택을 짓기 위한 대형 3D 프린터 제작 자금을 유치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형 건설사 사장이 공장을 찾아와 투자 협약을 맺으려 한 적 있지만, 신 사장은 도장을 찍기 직전에 거절했다고 한다. 건설사가 단돈 수억원에 특허 기술을 빼가려고만 한다는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건설 관련 공기업이나 정치인도 코로나에 큰 관심을 보냈지만 실질적인 도움은 못 됐다고 한다. “다들 자기들이 돋보이는 쪽으로 코로나를 이용하려고만 할 뿐이었습니다.” 코로나 공장 한쪽에 마련된 사무 공간에는 대형 건설사 사장, 공기업 사장, 정치인 등의 명함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결국 신 사장은 캐나다 자본을 유치해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10일 현지 법인(CORONA TECH CORP)을 만들면서다. 다음은 신 사장과의 일문일답.

신동원 코로나 사장 [사진 코로나]

신동원 코로나 사장 [사진 코로나]

어떤 계기로 3D 프린팅 건설업에 뛰어들었나.
“어릴 적 부모님이 집 문제로 크게 다툰 적이 있다. 왜 집을 사기가 어려운지 이해가 안 됐다. 다른 제품은 기술 발전에 따라 가격이 싸지는데 집은 그러지 않는 게 이상했다. 서울과학기술대 기계설계자동화공학부에서 공부하고 기능올림픽(CNC선반 부문)에서 수상한 경험 등을 바탕으로 주택 문제를 바라보니 ‘3D 프린팅 건설’에 답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기계공학도로서 건설업을 하는 게 어렵지 않나.
“배워야 할 건설 법령과 기술이 너무 많아 힘들다. 무리하며 일하다 많이 다치기도 했다.”

(신 사장은 두 손을 기자에게 보여줬다. 4개의 손가락이 절반씩 잘려나간 상태였다.)

콘크리트 외에 철근이나 배관도 3D 프린터로 만들 수 있나.
“지금은 별도 제작·조립해야 하지만 앞으로 기술을 고도화하면 건설 전체 과정을 프린터로만 지을 수 있을 것이다.” 
언제쯤 3D 프린터로 만든 집을 볼 수 있나.
“올해 목표는 길이 12m, 폭 12m, 높이 6m의 건설용 3D 프린터를 제작하는 것이다. 이 기계로는 2층짜리 공동주택을 만들 수 있다. 수년 안에 8층짜리 아파트를 커버할 수 있는 프린터를 만들 계획이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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