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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방한과 맞물려 대일(對日) 대응 숨고르기 들어간 청와대

중앙일보

입력

한바탕 폭풍이 지나간 듯하다. 청와대의 대일(對日) 대응 양상 말이다. 일본을 향한 메시지가 확 줄어들었다. 전날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의 절대 우위 많지만 우리는 극복할 수 있다”는 등 일본을 겨냥했다기보다 국내 결속을 다지기 위한 발언을 하는 등 전체적으로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3일 “추가로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는 건 우리의 입장이 변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추이를 지켜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정부 입장에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같은 말만 반복할 수 없는 일이다. 대포도 필요할 때 쏴야 의미가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청와대의 그 누구보다 잦은 페이스북 글쓰기로 마이크 데시벨이 높았던 조국 민정수석이 전날 “당분간 일본과 관련한 글을 쓰지 않겠다”고 주변에 밝힌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주변에 따르면 전날까지 11일간 44건의 폭풍 페북 글쓰기를 쏟아냈던 그는 “(21일)일본 참의원 선거가 끝나 상황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애초 21일까지를 1차 한·일 갈등의 1차 변곡점으로 봤다. 참의원 선거 결과에 따라 향후 일본 내부의 흐름이 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참의원 선거가 끝난 뒤 아베 신조 총리가 “제대로 된 답변”을 요구하는 등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지만, 화이트 리스트 배제와 같은 추가 보복 조치가 결정된 것도 아니다. 한·일 갈등 국면에서 양국 모두 잠시 소강상태인 셈이다.

 지난달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정상 외 양측 4명씩 배석하는 '1+4 소인수 회담'에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 등이 휴대폰을 보며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달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정상 외 양측 4명씩 배석하는 '1+4 소인수 회담'에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 등이 휴대폰을 보며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청와대사진기자단

23일 존 볼턴 미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방한과도 연관돼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을 거쳐 이날 오후 오산 공군기지로 입국하는 그는 24일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 등을 잇달아 만날 계획이다. 정 실장과는 오찬을 함께하며 의견을 나눌 가능성도 언급된다. 문 대통령을 따로 만날 계획은 없다고 한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 주말을 거치면서 한국이 협상 카드로 공식화한 한·일 군사정보 보호 협정(GSOMIA·지소미아) 관련해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선 지소미아 폐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큰 상태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방한한 김에 한·일 갈등에 대해 언급을 하겠지만, 꼭 이것만을 위해 한국에 오는 건 아니다. 다양한 의제에 대한 논의가 오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호르무즈 해협의 민간 선박을 보호하기 위한 연합체 구성 논의 등도 화두에 오를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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