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희토류 보복에…일본, 중국 의존도 90% 2년 뒤 49%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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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대국’ 일본도 늘 공격만 한 건 아니었다. 한국에 수출을 규제한 것처럼 중국에 경제보복 조치를 당한 적도 있었다.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영유권을 둘러싼 중·일 갈등 때다.

센카쿠 분쟁 전화위복 삼은 일본 #수입선 다변화해 값 폭락시켜 #2년 만에 사실상 일본 승리한 셈 #미·EU와 연대 WTO 제소해 승소

센카쿠 분쟁을 둘러싸고 중국은 2010년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고 일본 제품 불매운동, 일본 관광 금지조치 등 전방위 규제에 들어갔다. 특히 희토류는 전자제품 필수 소재로 당시 중국 수입 의존도가 90%에 달해 이번에 일본이 한국에 수출을 제한한 반도체 소재와 비슷한 성격이다. 당시 위기를 슬기롭게 이겨낸 일본으로부터 배워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의 대응을 돌아보면 “중국의 단기 보복은 감내해야 한다”며 의연하게 대응한 점이 돋보인다. 먼저 희토류 수출제한 조치에 대해 중국 의존도 낮추기에 나섰다. 중국 이외 나라로 수입망을 다변화하고 호주·인도·카자흐스탄·베트남 등에서 희토류 개발권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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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일본의 승리였다. 희토류 가격이 폭락해 오히려 중국이 타격을 입었다. 2012년 상반기 기준 일본이 수입하는 희토류 중 중국산 비중은 49.3%로 급감했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장은 “희토류는 (이번에 일본이 수출을 규제한) 반도체 소재보다 대체재가 많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면서도 “기업에 보조금을 줘 희토류를 덜 쓴 전자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등 다방면에서 정면대응한 점에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언제든 중국의 ‘경제 쇄국’ 조치가 반복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일명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plus 1)’ 전략을 추진하기도 했다. 생산시설은 물론 수출입 시장을 중국 외에 베트남·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동남아로 다변화하는 내용이다. 이로 인해 일본 수출액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19.7%에서 2014년 17.5%까지 떨어졌다. 반드시 중국이 필요할 땐 홍콩·대만·태국 등 화교 기업과 손잡고 ‘우회 공략’을 추진하는 식의 완충장치를 마련하는 전술도 폈다.

일본은 국제무역에서 미국과의 일전도 불사하는 ‘싸움닭’으로 통한다. 우리 정부가 공식 대응조치로 밝힌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카드도 당연히 썼다. 미국·유럽연합(EU)과 연대해 2012년 중국을 WTO에 제소했고, 2년 뒤 승소했다.

정부뿐 아니라 민간도 함께 위기 극복을 위해 뛰었다. 일본은 중·일 관계가 극도로 악화했을 때에도 재계 인사의 집단 방중으로 중국과의 교류를 이어왔다. 2015~2016년엔 일본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로 구성한 일·중 경제협회 대표단이 잇따라 리커창 중국 총리와 만났다. 민관의 전방위 대응 덕분에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양국 간 대립은 아직도 미해결 상태지만 양국 경제관계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상근자문위원은 “역지사지로 일본이 한국에 사지 않으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대체 불가능한 제품’을 만드는 게 기본”이라며 “외교 문제에 따른 무역 갈등이 반복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차분하게 대응하며 경제 체질을 강화한 일본에서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수출 기업도 외교 문제를 사업의 상수(常數)로 보고 장기전에 대비한 단계별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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