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상산고 '탈락', 민사고 '통과'…하나고 "탈락하면 법적 대응"

중앙일보

입력

하나고등학교 교정.

하나고등학교 교정.

서울 내 유일한 전국단위 자사고인 하나고(서울 은평구)가 상산고(전북)에 이어 자율형사립고의 지위를 잃는 두번째 학교가 될지 교육계가 주목하고 있다.

서울 유일 전국단위 자사고, 하나고 재지정 9일 발표

서울시교육청은 9일 하나고를 포함해 서울 내 자사고 13곳의 재지정평가 결과를 발표한다. 13곳의 자사고 가운데 하나고만 전국에서 학생을 선발하고, 다른 12개 학교는 서울에 거주하는 학생들만 진학한다.

하나고처럼 전국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자사고는 총 10개다. 이중 올해 재지정평가는 8곳만 받는다. 외대부고(경기도 용인), 인천하늘고(인천)가 내년에 재지정평가를 받는다. 이미 평가가 완료된 6개교 가운데 5곳은 재지정됐고, 탈락한 학교는 상산고(전북)가 유일하다.

교육계 "하나고, 상산고 이어 재지정 탈락 가능" 우려 

교육계는 하나고가 상산고에 이어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한 두번째 전국단위 자사고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하나고는 시교육청 감사에서 여러 차례 징계를 받았다. 기관주의 1건, 기관경고 3건, 교직원징계 16건, 교직원 주의 15건, 교직원경고 17건 등이다.

이같은 감사 결과는 자사고 재지정 평가 지표 중 하나다. 하나고는 이 지표 하나에서만 12점 감점당했다. 재지정평가에 통과하려면 70점(만점 100점)이 넘어야 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같은 교육단체들은 "하나고와 같이 선발권을 가진 학교가 명문학교의 지위를 유지하게 되면, 이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초등학교·중학교 때부터 과도한 경쟁이 유발된다"며 "이곳에 들어가지 못한 일반고 학생들이 열패감에 시달리는 역효과가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서울시교육청이 엄정하게 평가해 하나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하나고 "평가 공정하다면 탈락 가능성 제로(0)"

하지만 현재 시교육청이 진행 중인 재지정평가 자사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자는 절차가 아니라, 기준에 미달한 학교만 선별적으로 전환하는 방식인 만큼 그간 학교별 교육과정 운영 성과를 충실히 판단해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하나고는 교육과정 다양화와 평가방식의 개선이 잘 이뤄진 곳으로, 수능 위주의 교육과정을 운영해온 상산고와는 아주 다른 학교"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목적에 걸맞게 운영해온 만큼 자사고의 지위를 유지해도 되는 학교"라고 말했다.

하나고 측은 "감사에서 12점을 깎인 건 사실이지만, 자체평가 결과 총점은 커트라인인 70점을 제법 상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시교육청의 재지정평가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탈락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계성 하나고 교장은 "지금까지 하나고는 교육과정 다양화, 실험적인 수업 방식의 적용 등을 적극적으로 시행해 왔다"면서 "만약 재지정평가에서 탈락하면 시교육청이 정상적인 평가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법적·행정적 대응을 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