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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비 분담금 협상' 미국산 무기 수입해 '손익계산서' 내밀어야

중앙일보

입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한국 경제인 간담회에서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한국 경제인 간담회에서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미국과 내년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앞두고 미국산 무기 구매로 대응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박원곤 한동대학교 교수는 “기존 논리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설득할 수 없다”며  “손익계산서 비용으로 직접 드러내지 못하면 설득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미국산 무기를 구매하는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분담금 증가를 막을 수 없다면, 가능한 경우 미국산 무기를 구매하자는 대안이다. 4일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한국국제정치학회 하계 학술대회에서다.

지난해 방위비 전년대비 8.2% 증액 #내년도 분담금 협상은 시작도 못해 #美, '동맹국 기여도' 무기구매 검토 #한국, 미군 사드 구매도 고려해야

이에 앞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방한 중 대기업 총수를 만난 간담회에서 분담금 인상 요구를 암시했다. 그는 “미국은 다른 나라의 전쟁 혹은 다른 나라의 문제들에 개입하고 도우면서 굉장히 많이 지쳐 있는 상태”라며 “국방 인력이라든지 장비라든지 소모를 했다”고 말했다. 내년도 분담금 협상에서 미국의 압박이 거세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동맹국에 분담금 증액을 주장했다.

박원곤 한동대학교 교수 [중앙포토]

박원곤 한동대학교 교수 [중앙포토]

지난 협상에 참여했던 정부 관계자는 “미국산 무기 구매비용은 동맹국 기여 평가 항목에서 빠져 있었다”면서 “평가 항목에 무기 구매비용이 반영하도록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소식통은 “최근 미국에서 무기 구매비용을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전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 엄태암 한국국방연구원(KIDA) 명예연구위원은 “미국산 무기를 구매해야 한다면, 주한미군 사드 포대를 구매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사드 포대 가격은 1조 2000억 정도다.

오는 8월 중순 입찰할 해군 해상작전헬기 2차 사업에는 1차 사업에서 와일드캣(AW-159)을 납품한 영국과 이탈리아 합작회사 레오나르도, 미국 록히드마틴 시호크(MH-60R), 에어버스 시라이언(NH-90) 등이 참여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사드 1개 포대 구성

사드 1개 포대 구성

한국 정부는 1991년부터 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일부를 부담하고 있지만, 미국은 최근 가파른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방위비 분담금 협정에서 한국 정부는 전년도 9602억 원에서 8.2% 인상된 1조 389억 원을 부담하는 수준에서 합의했다. 2014년 9차 협상 5.8% 인상과 비교하면 많이 늘어났다.

지난 3월 양국 정부가 서명한 분담금 협정은 유효기간이 1년이어서 내년도 분담금을 위한 새로운 협상을 시작할 상황이다. 지난 2014년 9차 협정과 2009년 8차 협정에서는 유효기간을 5년으로 합의했다. 한국은 다년 기간 협정을 요구했지만, 미국은 거부했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새로운 협상은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면서 “한국 정부는 협상팀을 꾸려 준비하고 있지만, 미국에서 협상 요구가 오지 않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략적으로 볼 때 우리가 먼저 나설 필요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4일 연세대에서 열린 한국국제정치학회 하계 학술대회에서 '한국의 미래 안보 전략'을 주제로 발표와 토론이 있었다. 학술대회는 6일까지 이어진다. 왼쪽부터 김기범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정구연 강원대 교수, 이혜정 중앙대 교수, 박원곤 한동대 교수, 엄태암 한국국방연구원 명예연구위원, 김주리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 [박용한]

4일 연세대에서 열린 한국국제정치학회 하계 학술대회에서 '한국의 미래 안보 전략'을 주제로 발표와 토론이 있었다. 학술대회는 6일까지 이어진다. 왼쪽부터 김기범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정구연 강원대 교수, 이혜정 중앙대 교수, 박원곤 한동대 교수, 엄태암 한국국방연구원 명예연구위원, 김주리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 [박용한]

미국은 아직 협상에 본격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지만, 물밑에서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미국에서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맹국 기여도 평가를 시작했다”며 “평가를 마친 뒤에야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양국은 올해도 첨예한 협상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한국에 기존보다 2~3배 정도 늘어난 2~3조 원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지난해 협상에서 정부는 ‘평택 험프리스 미군 기지 조성 비용’과 ‘분담금이 다른 동맹국보다 GDP 비중이 높다’는 점을 근거로 미국을 설득했다. 그러나 미국의 반응은 시큰둥했다고 군 관계자가 전했다.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park.yonghan@joong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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