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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축구선수 세리머니에 영국인들 분노한 까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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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세리머니를 선보인 미국 여자 월드컵 축구대표팀 알렉스 모건. [신화통신=연합뉴스]

차 세리머니를 선보인 미국 여자 월드컵 축구대표팀 알렉스 모건. [신화통신=연합뉴스]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나온 미국 측 세리머니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3일(한국시각)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2019 FIFA 여자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미국은 영국을 2-1로 꺾고 승리했다. 미국의 결승전 진출을 확정 지은 주인공은 알렉스 모건이었다. 그는 1-1로 맞서던 전반 31분 헤딩으로 결승골을 터트렸다.

문제는 모건의 세리머니였다. 헤딩골을 성공시킨 모건은 그라운드를 달리다가 멈춰선 뒤 손을 입에 가져다 대고 고개를 뒤로 젖히는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마치 무언가를 마시는 듯한 동작이었다. 중계 해설자들은 '차 세리머니'라 이름 지었고, 그의 세리머니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왔다.

일각에선 이날이 모건의 30번째 생일이었다며 자축 세리머니가 아니냐고 해석했다. 이에 모건은 트위터를 통해 "차 마시는 행동을 표현한 것"이라며 "미국팀으로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하나의 동작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 의도를 밝히지는 않았다.

그러자 상대팀 영국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영국의 차 문화를 조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영국은 하루 소비되는 차의 양이 1억 잔 정도 되는 '차의 나라'로 불린다. 이에 비춰볼 때 영국의 차 문화를 놀리기 위한 의도였다는 해석이다. 특히 영국인들은 1773년 일어난 '보스턴 차 사건'을 떠올리며 거세게 반발했다. 보스턴 차 사건은 미국이 영국 정부 과세에 저항해 선박에 실린 차 상자들을 바다에 던져버린 사건으로 미국 독립 시발점으로 꼽힌다.

반면 미국은 모건의 세리머니를 높게 평가했다. 4일 미국의 독립기념일을 기념해 모건이 역사적 의미가 담긴 뜻깊은 세리머니를 했다며 흐믓해했다.

언론 반응도 엇갈렸다. 타임지 등 미 언론은 "모건이 차를 좋아했던 나라로부터 절대 권력이 이동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모건의 차 한모금은 골보다도 강력한 최고의 움직임이었다"고 극찬했다. 반면 영국 BBC는 "'단순히 득점했으니 차 한 잔 마시고 우리는 결승갈게'였을지 모르겠지만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필 네빌 영국 대표팀 감독도 경기 직후 "미국 팀에서 에티켓은 실종됐다"고 꼬집었고, 영국인들은 SNS를 통해 "다른 문화에 대한 무례함"이라며 비난을 쏟아냈다.

차 세리머니 논란이 확산하자 모건은 "영국팀을 차 한 잔 마시는 것처럼 간단하게 처리했다고 생각하고 한 행동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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