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유튜버 ‘국가비’가 말한다…먹방 열풍·성별 갈등은 왜?

중앙일보

입력

유튜버 국가비가 2일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문화소통포럼(CCF) 2019' 행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유튜버 국가비가 2일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문화소통포럼(CCF) 2019' 행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12살까지 스페인에서 살았고, 미국으로 옮겨가 성인이 된 후 프랑스 요리학교를 나온 국가비. 2014년 한국 요리프로그램 ‘마스터 셰프 코리아3’ 준우승을 한 뒤 유튜버로 변신해 구독자 수 93만명을 가진 스타 유튜버가 됐다. 그의 남편은 구독자 수 320만명을 보유한 유튜버 ‘영국남자’ 조쉬로, 두 사람은 2016년 결혼해 런던에서 생활하고 있다. 국적은 대한민국이지만 한국에서 산 기간은 2년밖에 되지 않는다는 국가비를 2일 세계 각국의 콘텐트 크리에이터를 모아놓은 ‘제10회 문화소통포럼 CCF 2019’에서 만났다.

“국제결혼에서 느낀 가장 다른 점? 부모님의 사고방식”

부부 유튜버로 활동 중인 '영국남자' 조쉬와 국가비. [사진 국가비 인스타그램]

부부 유튜버로 활동 중인 '영국남자' 조쉬와 국가비. [사진 국가비 인스타그램]

국가비의 유튜브 영상에서 자주 등장하는 콘텐트 중 하나가 남편이다. 조쉬와 결혼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나?  
부모님이 어렸을 때부터 외국에 있지만, 한국인에 대한 정체성을 잊지 않게 하셨다. 당연히 결혼도 한국인과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깊게 만나보면 벽을 느끼게 되더라. ‘한국인은 이래. 너는 모르지?’ 같은. 조쉬를 만나고 ‘내가 원했던 게 이런 거구나’ 알게 됐다. 한국인이지만 외국인 같은 삶을 살았던 나를 100% 이해해주는 사람은 조쉬 밖에 못 만나봤다. 조쉬 역시 영국인이지만 한국인의 정체성을 갖고 있으니까.
다른 나라 사람과의 결혼, 다르다고 느낄 때는 없나?  
우리 둘만 있을 땐 문화 차이를 느낀 적이 없다. 굳이 따지자면 부모님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들, 기대감이 아예 다르다. 전 조쉬 부모님을 만나면 정말 편하다. 이름을 부르고, 차만 대접하면 된다. 요리하려고 하면 ‘나가서 먹자’고 하신다. 내가 따로 세탁할 필요 없게 우리 집 오실 때 본인들의 침대 시트까지 챙겨오신다. 영국은 18살 이후로는 부모님이 어른으로 대해주는 게 느껴진다. 한국은 다르지 않나. 한국 엄마들은 커도 자식들은 다 아기니까. 우리 엄마도 나를 아직 아기로 부른다.  
싸울 때도 있을 것 같은데, 국제결혼 한 커플의 화해법이 궁금하다.  
그 부분을 정말 많이 궁금해하시더라. 말다툼할 때 너무 화가 나서 한국말을 할 때가 있는데 그러면 조쉬가 못 알아듣는다. 저는 막 따졌는데 상황을 이해 못 하는 거다. 한 번은 조쉬가 한국말을 했는데 너무 무례한 말이어서 온종일 화가 났었다. 나중에 조쉬가 영어로 설명하니 이해가 되더라. 그래서 싸우거나 심각한 이야기할 땐 영어로 하기로 했다.  
싸움 얘기가 나왔는데, 요즘 한국에선 남녀 갈등이 주요 이슈다.  
한국 사람들은 흔히 외국은 가부장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세대부터 바뀐 것이지 영국만 해도 부모님 세대는 아직 가부장적인 가정이 많다. 프랑스는 워낙 페미니즘이 강했던 나라여서 다른 것 같다. 하지만 미국 역시 보수적인 분위기가 있고, 가부장적인 부분이 많더라. 한국도 비슷하게 가부장적인 부모님 세대의 분위기가 바뀌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성장을 위한 갈등이 아닐까. 너무 과한 분들이 있는 것도 어느 나라나 똑같은 것 같다. 채식을 예로 들면,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채식주의자가 있는 반면 고기 먹는 사람을 비난하는 채식주의자도 있는 것처럼.
외국에도 가부장적인 곳들이 많나. 한국 사람들은 ‘외국은 평등하다’는 생각이 짙은 것 같은데?
우리 세대는 다르다. 외국에서는 더치페이가 한국보다 먼저 보편적이었다. 우리 엄마는 내가 데이트하러 간다고 하면 ‘당연히 남자가 다 내야지’ 하더라. 나는 ‘내가 왜?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라고 생각하고 거의 더치페이를 했었다. 한국 사람들도 외국 생활한 분이 많아지다 보니 변해가는 것 같다. 집안일의 경우 조쉬는 ‘(여자가) 집안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전혀 없다. 저녁을 만들어 먹을 건지, 나가서 먹을 건지 항상 물어보는 게 일과다.  

“유튜버의 숙제, 유행을 따르느냐 무시하느냐”

유튜버 국가비가 2일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문화소통포럼(CCF) 2019' 행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유튜버 국가비가 2일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문화소통포럼(CCF) 2019' 행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한국에서 유튜브가 유행하기 전인 4년 전부터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왔다. 다양한 언어를 할 수 있는 장점을 살려서 유튜브 영상을 올리던데 해외 구독자 비율이 어떻게 되나?
점점 해외 구독자 비중이 커지고 있다. 한국인이 56%고, 나머지는 전 세계에 퍼져 있다. 외국인 중에서는 미국이 가장 높고, 그다음은 호주다. 전체 구독자 수 중 여성이 80%다.  
쿡방과 먹방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노래를 제외하고 다른 문화를 접하기 가장 쉬운 매체가 음식인 것 같다. 내가 항상 먹는 닭고기인데 조금 다른 한국식 치킨이란 걸 먹는 거다. 아는 재료인데 다른 스타일의 음식을 보면서 맛을 상상하니 먹방 인기가 커진 것 같다. 외국인들은 신기해서도 많이 보더라. 댓글들 보면 ‘맛있겠다’보다는 ‘어떻게 저렇게 조그마한 사람이 저렇게 큰 걸 먹을 수 있지?’ 하더라.  
유튜브 콘텐트를 올릴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  
유튜버로서 숙제는 유행을 따르느냐, 아니냐다. 유행을 따르면 분명히 조회 수가 많이 나온다. 요즘 마라탕이 인기라는데 만들어볼까? 이런 생각을 항상 한다. 하지만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걸까’ 묻게 된다. 내가 자부심을 느낄만한 것, 유행이 지나도 되돌아봤을 때 재미있고 의미 있는 것, 친구들과 했을 때 즐거웠던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유튜버로서 미래에 대한 계획은?
사실 고민이 많다. 유튜버라는 직업이 내일 당장 없어질 수 있다고 항상 생각한다. 그러니 압박감과 불안감도 함께 갖고 있다. 또 요즘은 모든 사람이 유튜브를 다 하지 않나. 하루아침에 인기가 떨어질 수도 있고, 아무도 유튜브를 안 볼 수도 있기에 너무 먼 미래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에게 주어진 일들, 기회를 잘 활용하려고 노력 중이다. 당장 열심히 일하자. 그 이상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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