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묶인 IPTV … 한해 1조 날리는 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위성방송 사업자는 1989년 체신부(정보통신부의 옛 명칭)가 통신.방송 위성산업추진위를 구성한 지 10여 년이 지난 2000년 12월에야 발표됐다. 2000년 통합방송법이 만들어지기까지 정책 논쟁이 끝없이 이어졌다. DMB(이동멀티미디어방송)는 97년 라디오디지털 전환정책(DAB)에서 처음으로 도입 논의가 있었지만 7년이 지나서야 DMB사업자를 선정할 수 있었다.

통신과 방송의 융합으로 시급하게 정책을 추진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인터넷TV(IPTV) 사업도 예외가 아니다. IPTV도 규제 기관인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의 의견대립으로 인한 제도적 준비 부족과 유선통신 사업자와 케이블 TV 사업자 간의 갈등으로 도입이 지연되고 있다.

KT경영연구소는 11일 '융합서비스의 발전적 진입방안' 보고서에서 IPTV 사업이 1년 지연될 경우 약 1조원, 2년 지연될 경우 약 2조원의 경제적 기회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KT경영연구소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IPTV 파급효과 자료를 토대로 서비스 손실을 추정했다. 서비스 시장과 장비 시장의 손실 이외에 콘텐츠제공사업자(PP) 등 2차 협력 업체의 손실까지 감안한 것이다. 2006년을 기준으로 1년이 지연되면 서비스 시장은 평균 1300억원, 6년이 지연되면 5800억원 정도의 시장 손실이, 장비 시장은 1년 지연될 경우 약 3500억원, 3년 지연될 경우 약 50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보고서는 추정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결과는 위성DMB 도입 당시 방송법 개정, 지상파 재전송 정책 등 관련 현안에 대한 대립으로 1조원의 경제적 기회 손실을 가져온 것과 유사한 정책적 오류"라고 지적했다.

IPTV가 위성DMB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대표성을 부여받은 집단이 일정 기간 동안 합의의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청와대나 국무총리실의 적극적 개입으로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규제기관.사업자.시민단체 등 논의에 공식적으로 참여하는 집단 간 합의 기간에 대한 '기간상한제 도입' 및 상한 기간 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최고 기관의 정책결정 관여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정책 결정자의 정책 지연, 회피, 비일관적 대응, 정책 형식주의 등으로 인한 정책 실패와 사회적 기회손실을 막기 위해 '정책 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서경호 기자

IP(Internet Protocol)TV=초고속인터넷망과 TV 단말을 통해 다양한 멀티미디어 콘텐트를 양방향으로 제공하는 통신.방송 융합서비스다. 미국은 IPTV, 유럽은 ADSL TV, 일본에선 브로드밴드 방송 등 나라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소비자의 참여가 가능한 쌍방향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주문형(VOD) 서비스를 통해 시청자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원하는 시간에 능동적으로 선택할 수 있으며, 실시간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시청 중간에 자신의 의견을 바로 전달할 수도 있다. 인터넷상의 온라인 쇼핑과 TV의 홈쇼핑을 결합해 다양한 형태의 전자상거래 기반을 만들 수 있다. 이를테면 TV 시청도중에 각종 생활정보 등 원하는 정보를 검색하고, 필요하면 온라인으로 상품구매가 가능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