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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환자 3만원 건보 7만원···의사, 10월부터 왕진 나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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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서울 노원구 파티마의원 장현재 원장이 3월 말 90대 치매·정신질환 환자를 왕진하고 있다. 혈압·혈당을 재고 밥을 잘 먹는지 체크하고 손을 꼭 잡아줬다. [사진 KBS 다큐세상 캡처]

서울 노원구 파티마의원 장현재 원장이 3월 말 90대 치매·정신질환 환자를 왕진하고 있다. 혈압·혈당을 재고 밥을 잘 먹는지 체크하고 손을 꼭 잡아줬다. [사진 KBS 다큐세상 캡처]

서울 노원구 중계동 파티마의원 장현재 원장은 10년째 ‘노원구 왕진 의사’로 통한다. 파티마재가센터를 같이 운영한다. 병원에 오는 환자뿐만 아니라 한 달에 두세 차례 왕진 가방을 들고 환자를 찾아간다. 병원에 오던 환자나 재가서비스를 받는 환자가 대상이다. 장기요양 1,2등급 환자가 많다. 이들은 대부분 거동을 못 한다. 재가센터의 요양보호사들이 환자 상태를 보고 왕진의 필요성을 알려준다. 보호자가 왕진을 요청할 때도 있다.

동네의원 한정 … 질환 제한 없어 #1회 왕진 수가 10만원 선 검토 #환자 부담금은 3만원 될 듯 #11월 요양병원도 퇴원환자 왕진

오래 누워있는 환자는 거의 다 욕창이 생긴다. 욕창을 치료하고, 방문 간호 지시서를 써주고, 약을 처방한다.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는 병원에 가라고 권고한다. 환자 상태에 맞는 의학적 판단을 한다. 간호사나 요양보호사가 할 수 없는 영역이다. 장 원장은 왕진비를 받지 않는다. 그는 “좋은 마음을 갖고 왕진을 간다. 수가 같은 거 무관하게 환자를 잘 돌보려고 한다”고 말한다.

지금은 일부 의사가 개인적 신념에 따라 왕진을 한다. 이르면 10월부터 왕진 시범사업이 시작된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소위원회에 왕진 도입 방안을  보고한 데 이어 7~8월 본위원회에서 확정해 10월 시행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왕진을 도입하기 위해 지난달 12일 건강보험법 시행규칙에 ‘질병·부상·출산 등으로 거동이 불편하여 방문요양급여가 필요한 경우’라는 근거 조항을 담았다.

왕진 의료기관은 동네의원으로 한정한다. 환자의 연령·질환에 제한이 없다. 의사가 ‘거동이 불편해 왕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환자가 대상이다. 환자 1명을 왕진하는 데 1~2시간 걸린다. 병원 문을 닫고 왕진 가는 점을 고려해 수가가 결정돼야 한다. 건정심 소위에 보고된 수가는 약 10만원 선이다. 동네의원 외래 진료의 환자 본인부담률 30%를 적용한다. 환자가 3만원, 건보가 7만원 부담한다. 교통비를 수가에 넣을 수도 있어서 수가나 환자 부담이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왕진 의사가 진료하는 환자를 하루 3명으로 제한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주 단위로 제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왕진 서비스를 받으려면 예약해야 한다.

의료진의 안전 문제도 변수다. 정부는 의사가 왕진을 거부해도 처벌하지 않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의료법에는 의사가 진료를 거부하지 못하게 규정하지만 왕진에는 예외를 허용한다는 뜻이다. 약 처방도 과제다. 왕진 간 집에서 처방전을 쓸 수는 없다. 처방전에 약품의 코드를 입력해야 하는 등의 절차가 있기 때문이다. 의사가 e메일로 환자에게 보내든지, 보호자가 병원에 와서 받아가는 등의 방안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왕진은 거의 모든 선진국이 시행한다. 일본은 왕진전문 의료기관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정부는 왕진만 하는 병원은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장현재 원장은 “고령화를 고려하면 의사가 환자를 찾아가야 한다. 병원 문을 닫고 가는 점을 고려해 앉아서 진료하는 만큼 수가를 보장해줘야 제도가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11월 요양병원이 퇴원환자를 왕진 가는 제도를 도입한다. 가정으로 복귀한 환자가 재입원하는 걸 줄이기 위해서다. 집에 가서 간단한 진료와 처치를 한다. 요양병원의 신청을 받아 시범사업 기관을 선정할 예정이다. 환자 부담은 진료 수가의 50%를 고려하고 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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