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진핑 '오사카 담판'···화웨이 숨통 틔워주고 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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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20개국 정상회의에서 악수하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20개국 정상회의에서 악수하고 있다. [AP=뉴시스]

 미국과 중국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수위를 높여가던 미ㆍ중 무역 분쟁이 일단 휴전에 들어가며 세계 경제가 한숨 돌리게 됐다.

다시 협상 테이블 마주앉는 미ㆍ중 #미국, 추가 관세 부과는 일단 미뤄 #"중국이 엄청난 농산물 사들일 것" #트럼프" 화웨이에 물건 팔 수 있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일단 휴전에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시 주석과의 만남이 훌륭했다. 중국과의 협상이 다시 정상궤도로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80분간 이뤄진 두 나라 정상의 ‘오사카 담판’에는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세계 경제 1ㆍ2위국의 무역 갈등이 수위를 높여가며 세계 경제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3%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미·중 무역갈등이 이어지면 2021년 말까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1조2000억 달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두 나라의 갈등이 ‘신냉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마주 앉은 두 나라 정상은 서로 원하는 것을 주고받으며 일단 무역 갈등의 확전을 막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폐막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앞으로 협상을 계속하기로 했고 내가 원하면 언제든 부과할 수 있는 325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25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를 검토한다고 중국을 압박해 왔다.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華爲)의 숨통도 틔워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업은 화웨이에 엄청난 제품을 판매한다. 그건 괜찮다. 그들은 계속해서 화웨이에 그들의 장비를 판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금지했다. 미국 기업이 화웨이 장비를 쓸 수도 없고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할 수도 없었다. 때문에 이번 ‘오사카 담판’에 나선 중국 측의 최우선 협상 과제는 화웨이에 대한 제재 완화였다.

 중국의 급한 불을 꺼주며 트럼프는 자신의 주요 지지층인 농민에게 주는 ‘선물’을 챙긴 모양새다. 그는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중국은 우리에게 많은 돈을 쓸 것이다. 엄청난 음식과 농산물을 사들일 것이고, 매우 빨리 거의 즉시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미 농무부는 중국이 미국산 대두 54만t을 주문했다고 28일(현지시간) 밝혔다. 정상 간 회담에 앞서 중국이 미국에 호의를 보인 것이다.

미중 무역분쟁 일지. [연합뉴스]

미중 무역분쟁 일지. [연합뉴스]

 두 나라가 추가 관세 부과를 자제하고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기로 하면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하게 됐다. 그렇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 양국의 협상이 ‘정상 궤도로 복귀’하기까지는 풀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미국 기업이 화웨이와 거래할 수 있다고는 했지만 문제가 말끔히 정리된 것은 아니다.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서 제거하는 문제에 대해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당장 대답하고 싶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화웨이 문제는 (무역 협상) 막판까지 기다려야 한다”며 여지를 남겼다.

 캐나다에 억류된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부회장에 대해서도 논의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협상 진행 상황에 따라 트럼프의 변덕이 다시 시작될 수도 있고 중국이 순순히 물러서지 않을 수도 있다. 대중 무역적자를 줄이고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손보겠다는 트럼프와 중국의 핵심 이익은 포기할 수 없다는 시진핑이 팽팽히 맞서면 새로운 충돌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전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90일 휴전’에 합의했지만 지난달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며 관세 폭탄을 주고받았다.

 게다가 이번 합의는 기존에 부과된 관세 등을 유지한 채 추가 관세 부과만 미뤄진 것인 데다 일단 휴전에 들어간 것인 만큼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시각도 있다.

 CNBC는 “두 나라가 합의에 이르더라도 관세 림보(낮게 가로놓인 막대 밑으로 빠져나가는 게임) 속에 실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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