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영변 폐쇄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김정은 결단력 믿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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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영변 핵시설 전부가 검증 하에 전면적으로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4월 27일 판문점에서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하는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4월 27일 판문점에서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하는 모습.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연합뉴스 등 전세계 6개 통신사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향후 비핵화 협상이 본격화되면 북한이 어떤 조치를 완료했을 때는 실질적인 비핵화가 이뤄진 것으로 간주할지를 결정하는 것이 핵심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하노이 회담 이후 취하는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이미 약속한 일을 실행해 가면서 협상 타결을 모색하면 신뢰를 얻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국제사회가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 의지를 분명히 확신하도록 하루빨리 대화의 장에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실무협상 제의에 응하는 것 자체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풍계리 핵실험 관리 지휘소 시설 폭파 순간 목조 건물들이 폭파되며 산산이 부숴지고 있다. 이날 관리 지휘소 시설 7개 동을 폭파했다.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은 '4번 갱도는 가장 강력한 핵실험을 위해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사진공동취재단]

풍계리 핵실험 관리 지휘소 시설 폭파 순간 목조 건물들이 폭파되며 산산이 부숴지고 있다. 이날 관리 지휘소 시설 7개 동을 폭파했다.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은 '4번 갱도는 가장 강력한 핵실험을 위해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상당히 유연성 있고 결단력이 있는 인물”이라며 “비핵화 협상에서도 유연성 있는 결단을 보여주기를 바라고 있고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ㆍ미가 3차 정상회담을 위한 물밑대화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혔다. 그는 “양국이 3차 정상회담에 관한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특히 하노이 회담을 통해 서로의 입장에 대한 이해가 선행된 상태의 물밑대화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ㆍ미 협상의 재개를 통해 다음 단계로 나가게 될 것이고, 이제 그 시기가 무르익었다”며 북ㆍ미 간 구체적 협상 과정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조선중앙통신이 23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사진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집무실로 보이는 공간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읽는 모습.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이 23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사진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집무실로 보이는 공간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읽는 모습.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남북 경제협력이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그는 “남북 경제프로젝트 재개와 영변 핵시설 폐쇄조치를 맞교환하자고 주장한 바가 없다”면서도 “개성공단 재개를 비롯한 남북 경협 사업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부담을 줄이면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이후 맞이할 ‘밝은 미래’를 선제적으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남ㆍ북ㆍ미 모두에 매력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나는 평화가 곧 경제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며 “남북이 하나의 경제권으로 발전할 경우 인구 8000만명의 단일시장이 돼 독일과 비슷한 수준의 시장 형성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1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으로 북ㆍ중간 결속이 강화된 데 대해 문 대통령은 “북한이 국제사회와 접촉면을 확대하는 것을 환영한다”며 “한ㆍ중 양국은 수시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방북에 대해서도 “하노이 회담 이후 소강 국면에 새로운 전기를 만들기 위해 우리 정부는 시 주석이 한ㆍ중 회담 전에 북한을 먼저 방문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중 산책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중 산책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한편 이번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기간 회담이 사실상 불발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과 관련 “비록 (1965년) 한ㆍ일 협정이 체결되기는 했지만, 국제규범과 인권 의식이 높아지면서 상처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양국이 지혜를 모아야 할 지점은 피해자들의 실질적 고통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ㆍ일 관계 발전을 위한 두 정상 간 협의에 대해 언제든지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있고, G20의 기회를 활용할지는 일본에 달려있다”고 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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