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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흉악범에 "경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7명 교수형 집행의 의미>
4일의 흉악범 7명에 대한 교수형 집행은 6공들어 처음 있는 사형집행으로 최근 급증하는 강도·강간·살인 등 강력범죄와 인신매매 등 반사회적 범죄에 대한 정부의 단호한 척결의지를 나타내고 범죄자들에게 경종을 울린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종교계·법조계·언론계 관계자들이 5월말 「사형폐지운동협의회」를 결성하고 사형제도의 폐지, 사형수 구명운동을 적극적으로 펴고 있는 시점인데도 2년 3개월만에 사형이 집행됐다는 점에서 흉악범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또 최근 가정파괴범·인신매매범 등과 함께 강간·강도 등 강력사건이 잇따라 민생치안 부재라는 지적과 함께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엄정한 법집행을 통한 단호한 의지를 나타낼 필요가 있었다.
특히 혜준양 유괴살해범 함효식의 교수형 집행은 범행 1년 6개월, 사형확정 8개월만에 극히 이례적으로 신속히 이뤄져 국민들이 생생하게 기억하고 감정이 누그러지지 않은 상태에서 최대한의 응징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사형집행실태=사형집행은 해방 후 초기에는 대통령의 결재사항으로 법에 규정하고 있었으나 이승만 대통령이 이를 꺼려 6·25이후 법무장관 전결로 바꾸었다는 일화가 있다.
법무장관들도 대부분 결재를 꺼려 독실한 불교신자이던 황산덕 장관은 결재서류를 들춰보지도 않은 것으로 유명하고 80년 이후에도 이종원·김석휘·정해창 장관은 집행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80년 이후 집행된 사형수는 7회에 70명이었고 4일의 7명을 포함하면 77명으로 81년, 84년, 88년에는 집행이 없었다.
80년 12월 24일 오탁근 장관 당시 9명이 집행됐으며 배명인 장관 시절에는 82년 7월·10월 2차례에 23명, 83년 7월 9명 등 41명이 집행됐고 김성기 장관 시절인 85년 10월 11명, 86년 5월 13명, 87년 5월 5명 등 29명이 집행된 것이 전부로 그 중에는 공안사범 11명이 포함되어 있다.
88년 말 현재 미집행 사형수는 29명이었으며 최근 5년간 매년 8명 안팎씩 사형이 확정되고 있어 아직 20여명의 확정 사형수가 수감되어 있다.
◇집정 방법=역사적으로 단두대·교수형·총살·전기의자·가스실·독극물 주사 등 여러 가지 방법이 발달했으나 우리나라는 교수형을 채택하고 있다.
사형수는 법무장관의 집행명령이 있은 후 5일 이내에 집행해야 하며(형소법) 집행지휘는 검사가 하도록 되어 있다.
집행지휘 검사는 순번대로 정해지는데 집행이 자주 없기 때문에 초임검사가 맡는 경우가 많다.
4일의 서울구치소 집행현장에는 지휘검사 외에 사법연수원생인 검사시보 15명이 입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형집행은 고등법원이 설치되어 있는 서울·부산·대구·광주에서 가능하며 최근에는 87년 5월 18일 가정파괴범 등 5명이 서울·대구·광주에서 집행된 적이 있고 공안사범은 85년 4명, 86년 3명 집행이 마지막이었다.
◇사형유래와 폐지론=인류역사상 사형제도가 언제 생겨났는지 분명하진 않지만 함무라비법전에도 사형규정이 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탈리오법칙은 고대 형벌사상의 주조를 이루었고 고조선사회의 8조 금법에서도 반영돼 있다.
그러나 중세에 들어 형벌이 응보와 동일시돼서는 안되며 범죄예방이나 범죄자의 교육에 치중해야 한다는 인도주의적 의견들이 대두되기 시작, 현재는 폐지론이 세계 각국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사형폐지론은 1764년 이탈리아의 형법학자 C 베카리아가 저서 『범죄와 형벌』에서 체계화하고 1백년후인 1863년 베네수엘라가 세계 최초로 사형을 폐지했다.
그 후 오스트리아·콜롬비아·코스타리카·도미니카·에콰도르·핀란드 등이 잇따라 사형제도를 없앴고 프랑스는 1982년 폐지했다.
그러나 사형폐지가 가져오는 부작용이 커지자 1964년 사형제도를 폐지한 영국은 83년 늘어나는 살인사건과 테러 때문에 사형제도에 대한 부활법안을 의회에 제출했으나 부결되기도 했다.
사형폐지론자들은 법관의 오판가능성, 인간존엄성을 규정한 헌법정신, 사형이 존치되더라도 범죄억제효과가 없다는 형사 정책적 이유를 폐지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사형폐지에 뜻을 같이하는 재야법조인·종교인·언론인들이 5월30일 「사형폐지운동협의희」를 결성해 사형수 구명운동, 사형폐지청원의 국회제출, 사형폐지 공청회 및 학술세미나개최 등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이 협의회 준비위원장 이상혁 변호사는 3월 4일 「사형제도는 헌법에 보장된 생명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헌법재판소에 내놓고 있다. <김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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