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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국정교과서 날치기 수정···도장도 몰래 찍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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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검 청사. [중앙포토]

대전지검 청사. [중앙포토]

검찰이 지난해 초등학교 국정 사회 교과서 수정 과정에 불법 개입해 교과서 내용을 대거 바꾼 교육부 공무원 2명을 최근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윗선의 개입 여부는 드러나지 않아 야권에선 "꼬리 자르기"란 반발이 나온다.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교육부 교과서정책과장이던 A씨와 교육연구사 B씨 등 2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사문서위조교사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지난해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국정 사회 교과서 수정 과정에 불법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A과장은 2017년 9월 해당 교과서 내용을 수정하기 위해 B연구사에게 "관련 민원이 있으면 (교과서를) 수정하는 데 수월하다"고 지시했다. 이에 B연구사는 지인인 교사 C씨에게 "1948년 '대한민국 수립'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바꿔 달라는 내용의 민원을 국민신문고에 접수해 달라"고 요청했다.

C씨는 같은 달 민원을 접수했고 이를 바탕으로 교과서 수정 작업이 시작됐다. 하지만 교과서 집필 책임자인 박용조 진주교대 교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과서를 고칠 수는 없다"며 수정을 거부했다. 이에 A과장은 박 교수를 작업에서 배제하라고 실무진에게 지시한 뒤 다른 교수가 수정을 맡도록 조치를 취했다.

A과장과 B연구사는 이 과정에서 교과서 출판사 담당자에게 '협의록'을 위조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정부가 수정을 주도했지만 정정기관엔 '편찬 기관'이라고 기재하게 시켰다. 집필자인 박 교수가 협의 과정에 참여한 것처럼 꾸민 뒤 박 교수의 도장을 임의로 찍기도 했다. 이렇게 수정된 사회 교과서는 전국 초등학교에 배포돼 교재로 사용됐다.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정 교과서 날치기 수정을 실무자 몇명이 했다는 건 꼬리 자르기에 불과하다"며 "철저한 사실 규명을 위해서는 누가 지시를 했는지 윗선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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