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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북한 목선 온 날 합참 벙커 대책회의 시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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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방부가 북한 목선이 삼척항에 입항하던 15일 오전 합동참모본부 지하벙커에서 대책회의를 열었다는 중앙일보 보도(6월 24일자 1, 2면)를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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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벙커 대책회의’를 연 게 맞느냐는 질문에 “맞다”고 대답했다. 당시 회의에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 박한기 합참의장과 국방부·합참의 주요 직위자가 참가했다.

이틀 뒤 엉뚱한 브리핑 의혹 증폭 #박지원 “속이려고 하니 틀어진 것”

최 대변인은 ‘우리 군의 경계(태세에) 문제가 있었다는 인식 하에 (대책회의를) 열었나’고 묻자 “전반적인 상황을 다 봐야 하는 부분이니까 인식이 충분히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답변했다. 또 대책회의 때 기조와 이틀 후(17일) 첫 백그라운드 브리핑 때 발표 내용이 달라진 데 대해선 “현재 국방부 합동조사단이 전반 사안에 대해 조사 중”이라며 “조사가 끝나면 적절한 시점에 발표하겠다”고만 말했다.

이날 국방부가 ‘15일 벙커 대책회의’ 개최 사실을 시인함에 따라 군이 지난 17일 브리핑에서 관련 사실을 은폐하려 했음이 분명해졌다. 대책회의에선 이미 ‘목선이 삼척항에 접안했고, 주민이 신고했다’는 해경 상황보고서가 공유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군은 “북한 소형 목선 1척이 삼척항 인근에서 발견된 경위를 조사했다”고 브리핑했다. 특히 청와대 행정관(현역군인)이 브리핑 현장을 지켜봤다는 게 드러나면서 청와대-국방부 간 ‘은폐 공모’ 의혹 등도 증폭되고 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이날 “해경이 청와대에 핫라인으로 보고했으면 그때 발표하고 강하게 조치를 했으면 되는 건데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이 벙커에서 회의하고, 거기서부터 틀어진 것”이라며 “속이려고 하니까 안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 소식통은 “벙커 대책회의에서 ‘남쪽으로 내려온 북한 민간 선박은 해경의 관할인 만큼 해경이 대처하도록 하자’는 의견이 제시됐지만, 수용되지 않았다”며 국방부가 군 주도로 끌고 갔다고 전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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