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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이 마약 구매의혹…엇갈리는 제보자·검·경의 주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이돌 그룹 아이콘(iKON)에서 탈퇴한 비아이(23·본명 김한빈)의 마약 의혹을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가 수사하기로 한 가운데 제보자와 수사 기관 간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연합뉴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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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22일 이후…

A씨는 2016년 8월 22일 오전 경기 용인동부경찰서에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1, 2차 조사도 받았다. A씨는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검찰이 기각하면서 이날 오후 풀려난다. 그리고 30일 변호사를 대동하고 3차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다음날 A씨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그해 12월 19일 A씨 사건을 시한부 기소 중지(일시적으로 수사를 중지)한다. 그리고 이듬해 3월 A씨는또 다른 마약 사건으로 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계에 붙잡혔다.

A씨 "YG의 외압과 부실 수사" 

A씨는 용인동부경찰서에 체포되자마자 비아이의 마약 투약 사실을 털어놨다고 주장했다. 조사하던 경찰이 A씨 휴대전화를 확인하던 중 A씨가 비아이와 나눈 대화 내용을 보고 먼저 질문했다는 것이다. 그는 1, 2차 조사를 받으며 비아이와 마약을 하고 건넸다고 진술했다고 했다. 전달한 날짜와 시간, 장소 등도 알려줬다. 비아이가 자신에게 '마약을 구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내용과 비아이와 같은 소속사였던 아이돌 그룹 위너의 멤버 이승훈이 자신에게 만나자고 한 모바일 메신저 대화 내용도 경찰에 전달했다.

"그해 6월 이승훈이 '비아이가 회사 자체 마약검사에 걸렸다'며 만나자고 해 나갔는데 그 자리에 YG 직원이 나와 '마약 검사에 걸리면 일을 봐줄 테니 비아이에 대해 말하지 말라'고 했다. 경찰서에서 석방된 뒤 YG 직원이 한 말이 생각나 연락을 했는데 다음날 YG로 불려갔다."

A씨는 이날 당시 양형석 전 YG 대표 프로듀서를 만나 "변호사 수임료 등을 내줄 테니 비아이와 관련된 진술을 번복하라"는 회유와 압력을 받았다고 했다.

양현석 YG 대표의 2012년 모습 [중앙일보]

양현석 YG 대표의 2012년 모습 [중앙일보]

실제로 A씨는 30일 경찰에서 변호사와 함께 3차 조사를 받으며 비아이와 관련된 진술을 모두 번복했다. 12월엔 YG 측의 요구로 해외로 출국도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이듬해 3월 YG 소속의 또 다른 아이돌 그룹 빅뱅의 멤버 탑과 마약을 한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잡히기 전까지 검·경의 추가 조사를 받은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자세한 설명을 했는데도 비아이에 대한 검·경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당시 경찰이 자신을 조사한 1·2차 피의자 신문조서에도 비아이에 대한 내용이 빠져있다며 수사당국과 YG엔터테인먼트의 유착 의혹도 제기했다.

경찰, "A씨 진술 번복으로 조사 어려웠다" 

경찰은 A씨에게 비아이의 마약 의혹을 전해 듣고 관련 모바일 메신저를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받은 시점 등은 A씨의 주장과 달랐다.
경찰은 A씨가 당시 석방되기 직전 "내가 마약을 줬다"며 비아이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고 했다. "조사를 조금 더 하자"고 제안했지만 A씨는 "머리가 아파 집에 가고 싶다. 내일 오겠다"며 거부했다는 설명이다. 경찰은 이날 A씨에게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같은 달 25일 비아이 마약 의혹에 대한 첩보보고서도 썼다. 하지만 연락이 두절됐다가 30일 변호사와 경찰에 온 A씨는 석방 전 진술을 모두 번복했다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비아이가 마약 구매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실제로 사진 않았고 나도 팔지 않았다"고 말했다.

용인동부경찰서. [중앙포토]

용인동부경찰서. [중앙포토]

그리고 다음 날 경찰은 뜻밖의 상황과 마주쳤다. 수원지검 담당 검사가 A씨 사건을 송치하라고 전화를 건 것이다. 구두 요청이라 검·경이 사용하는 킥스(KICSㆍ형사사법정보시스템)엔 이런 내용을 올리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은 사건을 검찰에 보내면서 "A씨가 비아이의 마약 의혹을 진술했다 번복했다"는 의심스러운 정황을 담은 수사보고서와 A씨에게 받은 모바일 메신저 사진도 보냈다. 그리고 9월 3일 비아이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지만, 증거를 찾지 못해 이듬해 3월 3일 내사를 종결했다.

경찰 관계자는 "석방 당시 A씨가 한 진술이 '마약을 줬다' 정도로 구체적이지 않았고 3차 조사에서 이를 번복해 비아이 연루 증거를 확인하기 어려웠다"며 "좀 더 조사하려고 했지만, 검찰이 송치하라고 해 당연히 비아이 의혹을 수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당시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A씨 등 53명을 구속·입건했는데 A씨만 8월에 송치했고 다른 피의자들은 모두 10월에 송치했다. 송치된 피의자들은 모두 주거지 관할 검찰로 이첩됐는데 A씨만 주거지가 서울임에도 이첩되지 않았다.

검찰 "경찰이 비아이 내사하는 줄"

수원고검과 수원지검이 함께 입주한 수원검찰 청사. [사진 수원고검]

수원고검과 수원지검이 함께 입주한 수원검찰 청사. [사진 수원고검]

경찰에서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그해 9월 A씨를 불러 조사했다고 했다. "당시 A씨가 너무 울어 조사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A씨가 "검찰에서 조사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반박하자 말을 바꿨다. 조사가 아닌 '면담'을 했다고 했다. 당시 검찰은 버닝썬 게이트 등으로 소속사를 나온 빅뱅의 전 멤버 승리 등 YG 관계자들의 마약 의혹을 내사하고 있었는데 이를 위해 연예기획사 연습생이었던 A씨를 만났다는 거다. A씨를 계속 조사하면 YG를 내사한다는 사실이 알려질까 봐 이후 접촉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다 그해 12월 본격적인 조사를 위해 연락을 하니 A씨가 출국을 해 시한부 기소 중지했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킥스에 경찰에 먼저 A씨 사건 송치를 요구했다는 기록도 없고, 경찰이 비아이를 내사한다고 해서 당연히 경찰에서 수사할 줄 알았다"고 말했다.

YG "A씨의 일방적 주장"

거듭되는 논란에 YG는 "A씨의 일방적 주장이고 사실이 아니"라며 "향후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 사건은 논란이 된 경기도를 떠나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김태권 부장)에 배당됐다.
일부 언론에 신원이 공개돼 해외로 출국했던 A씨도 지난 20일 이후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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