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했어도 "웬 훈장질이냐"… 원희룡, 이재명 비난한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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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자신의 유튜브 계정인 원더풀TV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올린 평택항 폐기물 관련 사과를 비판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자신의 유튜브 계정인 원더풀TV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올린 평택항 폐기물 관련 사과를 비판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지난 10일 환경부·경기도·평택시가 평택항에 쌓여 있던 불법 수출 폐기물 4666t(컨테이너 195대 분량)을 모두 처리했다고 밝혔지만 이를 둘러싼 경기도와 제주도의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이재명 페이스북에서 사과 #원희룡 “진정성 없어” 비판 #제주도 14일 공식 사과 요구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평택항에 쌓여있던 불법 쓰레기를 전부 처리하였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지난 7일 자로 평택항에 쌓여있던 필리핀 불법수출 폐기물 4600여t에 대한 처리를 완료했다”며 “애초 폐기물을 전수조사해 출처를 확인하고 책임이 있는 지자체에 구상권을 청구할 계획이었지만 피해 최소화를 위해 출처 확인보다 신속한 처리를 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결론적으로 제주도 폐기물이라는 방송보도를 사실로 확인할 수 없었다”며 “언론에 의존하여 제주도산 폐기물이라고 언급한 지난번 SNS 글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은 제주도민과 원희룡 지사님에게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글 말미에는 “이번 일은 쓰레기 불법수출, 무단방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다시금 깨닫는 계기가 됐다”며 “이 일을 계기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노력에 함께 하는 분들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썼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글을 올려 "언론에 의존하여 제주도산 폐기물이라고 언급한 지난번 SNS 글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은 제주도민과 원희룡 지사님에게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김상선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글을 올려 "언론에 의존하여 제주도산 폐기물이라고 언급한 지난번 SNS 글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은 제주도민과 원희룡 지사님에게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김상선 기자

지난 3월, 필리핀으로 돌아온 폐기물의 일부가 제주도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페이스북에서 “나라 망신을 톡톡히 시킨 그 압축 폐기물이 경기도 평택항으로 되돌아왔다. 알고 보니 이중 상당량은 제주도에서 발생한 쓰레기라는 보도가 뒤따랐다”는 글을 올린 데 대한 사과였다.

당시 이 지사는 “쓰레기는 제주도에서 나왔는데 정작 피해는 경기도민들이 보고 있다”며 “평택항에 쓰레기를 마냥 방치할 수는 없어 우선 처리하고 제주도산 압축폐기물 처리비용은 제주도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고희범 제주시장과 제주도의회 의원들이 항의 공문을 보내겠다며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됐다가 평택항으로 돌아온 폐기물. [연합뉴스]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됐다가 평택항으로 돌아온 폐기물. [연합뉴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 13일 자신의 유튜브 계정인 원더풀TV에서 이 지사가 11일 올린 글을 두고 “사과문으로서 진정성이 부족하다. 제주도산이라는 게 밝혀지지 않았다는 말은 증거가 없어서 할 수 없이 무혐의라는 뉘앙스를 풍긴다”며 “무단방치니 불법수출을 운운하면서 이런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 모두 다 잘해야 한다는 식의 훈계로 사과의 뒷부분을 이어간 것은 유체이탈 화법, 사과하면서 웬 훈장질이냐고까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또 원 지사는 이 지사가 지난 3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대해서도 “아무런 확인 조치나 자체 근거 없이 제주산이라고 단정 지어 제주도민을 범죄자로 몰고 갔다”며 “정말 경솔하고 가벼운 언사라는 생각이 든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제주도는 14일 “평택항에 쌓여 있는 쓰레기 4600여t의 출처가 제주도라며 허위사실을 유포한 경기도에 공식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지난 4월에 이은 두 번째 사과 요구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 측은 “폐기물을 처리하기 전 전수조사를 하지 못해 발생 지역을 명확하게 확인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이미 이 지사가 페이스북에서 사과한 만큼 다른 대응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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