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재개 초읽기?…막판 변수 '경제청문회'로 여야 명분 찾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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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원내대표 인내심 대단하다. ‘(원내대표 하면) 몸에 사리가 생긴다’는 게 맞는 말 같다.”(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원내대변인)
“경제정책 실패를 추경으로 덮으려는 것이 아니라면 청문회에 응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자유한국당 김정재 원내대변인)

국회 정상화를 놓고 여야 설전이 계속되고 있지만,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불거진 ‘경제청문회’ 변수도 막판 힘겨루기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여야가 국회 등원의 전제 조건을 맞춰가며 명분을 도출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국회 정상화를 논의 한 후 나서고 있다. 이날 국회정상화를 위한 3당 원내대표 협상은 결렬됐다. [뉴스1]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국회 정상화를 논의 한 후 나서고 있다. 이날 국회정상화를 위한 3당 원내대표 협상은 결렬됐다. [뉴스1]

김정재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14일 “길 잃은 우리 경제, ‘경제청문회’가 답이다”라는 논평으로 민주당을 압박했다. 김 대변인은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우리의 경제성장이 미국 다음이라며 설레발을 치던 문 정권이이제와서 ‘경제 하방 위험’을 이실직고하며 연일 추경 이야기에 몰두하고 있다”면서 “경제가 왜 마이너스로 치닫는지, 서민의 삶이 왜 팍팍해지는지 이유조차 모른 채 추경 타령에만 매달린다”고 비판했다.

전날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여권을 압박했지만, 국회 등원을 염두에 둔 공세였다. 그는 “경제청문회를 못 받아들이는 청와대와 집권여당은 정책집행자의 자격도 없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 ‘경제 실정’이란 말이 싫다면 ‘경제 청문회’라고 해도 좋다. 이 정부의 모든 것, 경제정책 역시 청와대가 정하고 있으니 청와대 경제라인들이 나와서 답을 해달라. 이것이 과도한 요구인가”라고 말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한국당이 국회 정상화 합의 이후에 연착륙을 위해 청문회 카드를 손에 쥐고 싶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의 태도가 황당하다는 입장을 펴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한국당 의중을 모르겠다. 경제 기조 검토는 국회가 정상화되고 나서 국회의원들 언제든지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게 전제가 되면 신속한 추경을 위한 국회 정상화는 어렵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거의 (협의가) 다 돼서 이 정도 하면 될 것 같은데 또 다른 요구가 나온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앞서 한국당이 정치개혁 특위와 사법개혁 특위 기간 연장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데 이어, 경제청문회를 들고나온 것에 대한 비판이다.

전날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한국당의 ‘경제 청문회’ 요구에 대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청문회보다 정부가 경제활력에 총력을 기울이도록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나 국회 안팎에서는 민주당과 한국당이 정개특위, 사개특위 연장 문제는 국회 정상화 이후 논의하고 경제청문회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차원에서 진행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는 말이 나온다. 이런 해법이 거론되는 것은 양측이 여론 악화를 의식해 다양한 절충점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도 민주당과 한국당의 결단을 압박하고 있다. 민주평화당은‘민주당은 경제청문회를 수용하라’는 논평에서 “자유한국당의 저의가 의심스럽다. 등원할 생각이 아예 없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보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청문회 요구를 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하려고 하면 방법이 보이고 하지 않으려고 하면 핑계가 보인다”며 민주당과 한국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번 주가 마지노선”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국회법 절차에 따라 교섭단체 간의사일정이 합의돼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만약 주말까지 정상화가 안 되면 직접적 행동으로 소집요구 포함한 것을 할 수밖에 없지만 그 또한 비정상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국회가 계속 방치돼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으로 언급한 것이다. 함께 국회 문을 여는 게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다”고 말했다.

김승현 기자 s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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