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전세로 종로 입성···"거취는 당 결정에 따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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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정치 1번지’ 종로에 거처를 마련했다. 그가 내년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출마할지를 놓고 그의 이사는 관심을 끌고 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가운데) 등 문재인 정부 청와대 1기 참모진이 18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연합뉴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가운데) 등 문재인 정부 청와대 1기 참모진이 18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연합뉴스

임 전 실장은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있는 단독주택에 대한 전세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그의 측근은 13일 “당초 서울 은평구 아파트를 매매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할 계획이었지만 매매가 이뤄지지 않아 전세 계약을 맺었다”며 “은평 갑ㆍ을 선거구가 민주당 후배 정치인들이 현역 국회의원으로 있기 때문에 임 전 실장이 하루라도 빨리 거주지를 정리해주는 것이 신진 정치 후배에게 길을 터주는 길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이 살고 있던 은평구 갑ㆍ을 선거구는 모두 더불어민주당이 현직 의원(박주민·강병원)으로 있는 지역구다.

매물로 내놓은 임 전 실장의 은평구 아파트는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어 매매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임 전 실장 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그의 움직임을 단순한 ‘이사’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서울 종로는 ‘정치 1번지’로 불린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역 구도를 깨기 위해 도전했다. 그러다 보니 정치인의 야망의 크기를 가늠하는 무대로서의 의미도 갖게 됐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8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 후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8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 후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 전 실장의 입장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다만 그의 측근은 “임 전 실장이 지난 1996년 결혼을 하고 신혼집을 얻었던 곳이 종로구였다”며 “당시 총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종찬,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맞붙었던 종로에서 노 전 대통령에게 한표를 행사했던 기억이 있는 곳이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다만 임 전 실장은 본인의 거취에 대해 스스로 고집을 부릴 위치가 아니다. 당에서 험지든 경합지 등 어떠한 결정을 하더라도 이에 따른다는 것이 그의 생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종로 지역구 의원은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며 지금도 지역민을 만나는 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있다. 그의 핵심 측근은 본지에 “종로구에서 지금까지 내리 3선을 한 전례가 없고 정 의장 역시 후배 정치인의 길을 막을 생각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다만 “그러나 내년 총선은 여당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다각도로 거취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역시 확실한 답변은 아니다. 임 전 실장이 종로구에 전셋집을 얻은 데 대해서는 “임 전 실장과 소통하며 다양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만 말했다고 한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가운데)이 1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의 빈소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정세균 전 국회의장(가운데)이 1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의 빈소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정 전 의장과 가까운 인사들은 종로 재출마 등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인다고 한다. 한 인사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종로 선거구는 필연적으로 경합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출마할 경우 정 전 의장의 출마 요구가 나올 수 있다. 그렇다고 무리수를 둘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는 “만약 종로에 당 차원의 전략공천이 이뤄지거나 당내 인사들끼리 경선을 해야 할 상황이 벌어진다면 정 전 의장이 출마를 고집하겠느냐”고 전망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정 전 의장과 임 전 실장 외에 이낙연 현 국무총리의 출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야권에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홍정욱 전 한나라당 의원 등의 이름이 나온다. 과거 정 전 의장은 임 전 실장의 종로구 입성과 관련해 “종로 선거구는 현직 의원의 사유물이 아니고, 야당의 후보에 따라 당이 적절하게 후보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전 실장도 당의 판단과 총선 전략에 따른다는 입장이다. 대진표가 짜여질 때까지, 종로엔 거물급 인사들이 자주 출몰하면서 ‘정치 1번지’라는 이름값을 할 전망이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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