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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저축은행 기업 연체율 0.4%p↑…돈 못 갚는 자영업자 느나

중앙일보

입력

저축은행에서 고객이 통장과 관련 서류를 들고 상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중앙포토]

저축은행에서 고객이 통장과 관련 서류를 들고 상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중앙포토]

올해 1분기 저축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4%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영업자가 기업대출로 눈을 돌린 영향이 크다.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개인사업자가 주로 찾는 곳이 저축은행이다. 그만큼 연체율 움직임이 은행의 건전성 지표가 될 수 있다.

12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9년 1분기 저축은행 영업실적’에 따르면 저축은행들의 1분기 순이익은 2086억원(79곳 잠정치)으로 지난해 동기(2168억원)보다 4% 정도 줄었다. 대출이 늘면서 몸집(자산)이 70조원으로 불었지만 상환 불이행을 대비해 쌓아두는 돈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제자리인데 기업대출 연체율은 석 달 사이 0.4%포인트 상승했다. 돈을 못 갚는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저축은행 전체 연체율은 4.5%로 지난해 말보다 0.2%포인트 올랐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같은 기간 0.1%포인트 소폭 올랐다.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전체 대출액 가운데 3개월 이상 연체된 비율로 부실 채권을 의미한다.

최근 연체율이 10%에 육박하는 저축은행도 등장하고 있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인천ㆍ경기지역의 상상인저축은행 대출 연체율은 9.7%(3월 말)에 이른다. 1년 새 6%포인트 이상 뛰었다. 같은 지역의 페퍼저축은행(6.3%), 부산ㆍ경남의 IBK저축은행(4.6%) 등도 같은 기간 2%포인트 안팎으로 연체율이 상승했다. CEO스코어의 박주근 대표는 “저축은행은 1금융권 문턱을 넘지 못한 서민이나 중소기업이 찾는데 최근 경기가 부진하면서 회수율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저축은행 수익성이 개선되긴 쉽지 않다. 이달 17일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2금융권에도 도입되기 때문이다. 연간 소득 대비 주택담보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따져 돈을 빌려준다. 저축은행의 대출 문턱이 한 단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빚이 많거나 소득을 제대로 증명할 수 없는 사람은 저축은행에서 밀려날 수 있다.

금감원 저축은행감독국의 이종오 팀장은 ”최근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연체채권이 다소 증가하고 있어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에 대한 선제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DSR 시행으로 저신용자에 대한 신용위축 현상이 나타나는지를 점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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