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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도 놀란 고유정…"살해 후 물품 환불, 사이코패스 맞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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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제주동부경찰서는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이 지난달 28일 제주시 한 마트에서 범행도구로 추정되는 일부 물품을 환불하고 있는 모습이 찍힌 CCTV영상을 공개했다. 경찰에 따르면 환불 물품은 표백제, 락스, 테이프 3개, 드라이버 공구세트, 청소용품 등으로 같은달 22일 구입한 물품의 일부다.[제주동부경찰서 제공]

10일 제주동부경찰서는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이 지난달 28일 제주시 한 마트에서 범행도구로 추정되는 일부 물품을 환불하고 있는 모습이 찍힌 CCTV영상을 공개했다. 경찰에 따르면 환불 물품은 표백제, 락스, 테이프 3개, 드라이버 공구세트, 청소용품 등으로 같은달 22일 구입한 물품의 일부다.[제주동부경찰서 제공]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36)은 전 남편을 살해 후 남은 물품을 제주시내 모 마트에서 환불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죄 심리 전문가들은 고유정이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크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10일 중앙일보에 "고유정이 엄청난 범죄 행위를 저지르고도 남은 물품을 반납해서 환불까지 받은 행동을 한 것으로 볼 때 당시 평정심을 유지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놀라운 평정심은 죄책감이라든지 후회, 괴로움을 느끼는 공감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이어 "보통 사람이라면 사람을 죽인 사실에 매몰돼 뒤처리할 여유도 없었을 텐데, 고유정의 행동은 일반인과 큰 차이가 있다”며 “고유정이 가지고 있는 내면의 분노라든지 폭력성이 잔혹한 범죄에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이날 고유정이 전 남편을 살해한 이후 남은 물품을 제주시내 모 마트에서 환불하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영상에는 지난달 28일 오후 3시 25분쯤 고유정이 마트에서 범행 과정에서 쓰고 남은 물품을 환불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경찰에 따르면 환불 물품은 표백제, 락스, 테이프 3개, 드라이버 공구세트, 청소용품 등으로 같은 달 22일 구입한 물품의 일부다. 고유정은 범행 사흘 전인 지난달 22일 오후 11시쯤 범행에 쓰인 도구들을 구매한 바 있다.

10일 제주동부경찰서는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이 지난달 28일 제주시 한 마트에서 범행도구로 추정되는 일부 물품을 환불하고 있는 모습이 찍힌 CCTV영상을 공개했다. [제주동부경찰서 제공]

10일 제주동부경찰서는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이 지난달 28일 제주시 한 마트에서 범행도구로 추정되는 일부 물품을 환불하고 있는 모습이 찍힌 CCTV영상을 공개했다. [제주동부경찰서 제공]

프로파일러 배상훈 전 서울경찰청 범죄심리분석관도 고유정의 환불 조치는 그가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배 전 범죄심리분석관은 이날 연합뉴스를 통해 "살인범이라도 보복 살인범이나 경제적 살인범인 경우 범죄를 저지른 뒤 이처럼 태연하게 반응하지 않는다"며 "반면 고유정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유정은 자신이 현재 곤란한 처지에 놓인 것을 자신 때문이 아닌 전남편 탓으로 돌려 그 망상을 분노로 표출하고 있고, 전남편을 살해하고도 흔히 '당해도 싸다'는 식으로 생각했을 것"이라며 "일종의 '자기 연민형 사이코패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사이코패스가 늘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보통 95%가 발현이 안 되지만 5% 미만이 살인범이 되는데 고유정의 경우 평소에 전남편을 괴롭히면서 잘 살다가 남편이 떠난 뒤 더는 괴롭힐 수 없게 되면서 그 기질이 발현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9일 제주경찰은 고유정 사건 피해자인 전 남편 시신이 담긴 봉투가 경기 소재 폐기물업체와 인천 재활용 업체로 흘러간 것으로 추정해 수색한 결과 인천에서 A씨 뼛조각으로 보이는 물체를 수습하고 국립과학수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5일 제주경찰이 인천 소재 재활용업체에서 전 남편 시신을 수색하는 모습. [제주경찰 제공]

9일 제주경찰은 고유정 사건 피해자인 전 남편 시신이 담긴 봉투가 경기 소재 폐기물업체와 인천 재활용 업체로 흘러간 것으로 추정해 수색한 결과 인천에서 A씨 뼛조각으로 보이는 물체를 수습하고 국립과학수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5일 제주경찰이 인천 소재 재활용업체에서 전 남편 시신을 수색하는 모습. [제주경찰 제공]

고유정은 지난달 25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고유정이 강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지난달 27일 해당 펜션에서 빠져나왔으며, 지난달 28일 오후 제주항에서 출항하는 완도행 여객선을 타고 제주를 빠져나가면서 피해자 시신을 일부 유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고유정은 지난달 29일 경기도 김포에 있는 가족 소유의 아파트에 도착한 뒤 같은 달 31일 충북 청주 주거지로 이동했다.

경찰은 고유정의 동선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지난 5일 인천의 한 재활용품업체에서 강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뼛조각 일부를 수습했다. 범행 장소인 펜션에서는 강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머리카락 58수를 찾아 검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현재 피해자의 남은 시신을 수습하고, 고유정의 정확한 범행동기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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