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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장 자동차 개소세 인하… 수입차만 '어부지리' 논란

중앙일보

입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자동차에 붙는 ‘개별소비세(개소세)’를 두고 찬반 논란이 불붙었다. 정부가 지난 5일 이달 말 종료 예정인 자동차 개소세율 인하(5%→3.5%) 조치를 올해 말까지 6개월 연장한다고 발표하면서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한 개소세 인하 조치를 세 번 거푸 이어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병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내수가 좋지 않은 데다 자동차 업계 국내 생산이 감소하는 상황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요약하면 국산 자동차 소비를 늘리기 위해 ‘주사’를 놓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개소세 인하 효과를 묻는 언론의 질문에 대해 김 실장은 “내수 진작 효과가 없다면 개소세 인하 종료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지 않나 싶다”며 “추가 연장해도 효과가 없으면 (개소세 인하를) 종료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역대 최장’ 자동차 개소세 인하를 두고 정부가 고민하는 세 가지 포인트를 짚어봤다.

르노삼성차 중형 세단 SM6 [르노삼성차]

르노삼성차 중형 세단 SM6 [르노삼성차]

◇효과 무용론=자동차는 집을 제외하곤 가장 큰 ‘목돈’이 드는 소비재로 꼽힌다. 그래서 차를 살 땐 특히 할인에 민감하다. 이번 개소세 인하 연장 조치로 현대차 쏘나타는 41만~68만원, 한국GM 말리부는 42만~60만원, 쌍용차 G4 렉스턴은 62만~82만원, 르노삼성차 SM6는 45만~60만원 할인 폭을 이어갈 수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산 중형찻값이 3000만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체감 할인 효과가 작다”고 말했다.

‘약발’이 떨어졌다는 건 판매 수치로도 드러난다. 올 1~5월 국산 자동차 내수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0.8% 증가했다. 지난해 5월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여파를 고려하면 사실상 증가 효과가 미미했다는 얘기다. 김필수 교수는 “개소세 인하는 미래 수요를 현재로 당기는 측면이 큰데 (인하 조치가) 1년째 이어지다 보니 ‘내성’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개소세 인하 조치를 종료하면 곧바로 ‘개소세 판매 절벽’이 일어날 우려도 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개소세 인하로 일시적인 판매를 늘릴 수 있지만 영원하지 않다”며 “정부가 필요할 때마다 개소세 인하ㆍ환원을 반복하는 건 조세 정의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최고급 SUV로 꼽히는 레인지로버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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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어부지리’?=할인 폭이 100만원 이하인 대부분인 국산차와 달리 수입차는 최대 할인 폭이 4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찻값이 비쌀수록 개소세 경감액도 오르기 때문이다. 할인 폭이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는 90만~200만원, BMW 5시리즈는 90만~180만원이고 최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꼽히는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151만원, 레인지로버는 240만~400만원에 달한다. 수입차 업체 한 임원은 “요즘 국산차 가격이 많이 오른 데다 개소세 감면 혜택도 커져 국산차와 가격 경쟁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개소세 인하로 국산차보다 수입차가 득을 보고 있다는 것 역시 수치로 드러난다. 개소세를 인하한 지난해 국산차 판매는 전년 대비 0.7% 감소했다. 반면 수입차는 같은 기간 12% 증가했다. 특히 개소세를 내린 직후인 지난해 8월 국산차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4.1% 늘어난 반면, 수입차는 11.2% 뛰었다.

◇존폐 논란=개소세는 자동차가 드물던 1977년 ‘사치세’ 개념의 특별소비세로 처음 도입됐다. 하지만 자동차는 더는 사치품이 아니다. 지난해 기준 30세 이상 성인 2명 중 1명꼴로 자동차를 가지고 있다. 자동차에 개소세를 부과할 명분이 사라졌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개소세를 도입할 당시엔 자동차 배기량에 따라 세율을 적용했지만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거치며 현재처럼 찻값의 5%를 부과하는 식으로 바뀌었다. 결과적으로 비싼 대형 자동차에 많은 세금을 부과하자는 법 취지가 실종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유성엽 민주평화당 의원은 “목적을 잃은 자동차 개소세는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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