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조순형 후보에 '올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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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총선 때 조순형 전 대표 이름이 쓰여진 공천장을 들고 내가 당선됐으니 이번엔 내 이름의 공천장을 들고 반드시 당선해 달라."(한화갑 민주당 대표)

"한 대표의 기대에 부응해 수도권에 교두보를 마련하겠다."(조순형 전 민주당 대표)

7.26 재.보선에서 서울 성북을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는 조 전 대표를 당선시키기 위해 한화갑(얼굴) 대표가 '올인'에 나섰다.

8일 서울 성북구 조 전 대표의 선거사무소 개소식. 한 대표와 장상 공동대표, 김효석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한 대표는 "당선되면 큰절을 올리겠다"며 총력 지원을 약속했다. 조 전 대표는 "출마 기회를 준 데 감사한다. 이번 선거에서 정부의 무능과 태만을 심판하겠다"고 화답했다.

한화갑.장상 대표와 소속 의원 등 12명은 선거 기간 중 성북을의 14개 동(洞)을 나눠 맡아 조 후보를 지원키로 했다. 대변인실을 뺀 중앙당 조직의 인력 대부분도 자원봉사자로 투입된다. 당의 사활을 건 총동원령이다.

민주당은 성북을 선거를 2004년 4.13 총선 이후 '열린우리당 대 한나라당'의 정국 구도를 '한나라당 대 민주당'으로 바꿀 기회로 보고 있다. 민주당은 열린우리당과의 분당 이후 호남지역에 국한된 '미니정당' 취급을 받아왔다. 재.보선 실시 때마다 수도권 진출을 노렸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나 이번엔 실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조재희 전 청와대 비서관(열린우리당), 최수영 당원협의회 위원장(한나라당), 박창완 전 경남은행 노조위원장(민노당)과의 4파전에서 조 전 대표가 나름의 경쟁력을 가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는 2004년 2월 야권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주도했을 당시 민주당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는 민주당이 이달 초 '성북을'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체 여론조사에서 22.4%의 지지율을 기록했다고 한다. 한나라당 후보에겐 15%포인트 이상 뒤지지만 열린우리당 후보의 한 자릿수 지지율에 비하면 크게 높았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여당 지지율이 10% 초반으로 떨어진 데다 노 대통령 탄핵의 주역이었던 조 후보의 '반노' 이미지까지 더해져 나온 결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민주당 내부에선 이번에 서울에서 당선자를 내면 향후 정계 개편과 2007년 대선에서 민주당 입지가 크게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온다.

한 대표는 7일 당직자 회의에서 조 전 대표와의 각별한 인연을 강조했다. 그는 "2004년 당시 검찰이 (경선자금 문제로) 나를 수사하기 시작하자 조순형 대표는 즉각 '수사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냈고, 당 대표실까지 비워주며 검찰 출두를 만류했다"고 회고했다. 민주당의 한 인사는 "정치권 일각에서 한때 두 분의 불화설이 나돌았지만 이는 두 분의 관계를 잘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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