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이 유커로 반격하자, 트럼프는 中 유학생 겨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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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관세와 화웨이로 난타전을 벌이고 있는 미‧중 경제전쟁의 타깃이 관광‧교육 등 서비스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이 유커(游客·중국인 여행객)에 대해 대미 관광 차단 카드를 꺼내 든 데 36만명에 이르는 미국 내 중국 유학생이 새로운 전선으로 떠올랐다.

무역전쟁 벌이던 미ㆍ중 이젠 유학생 전쟁 #블룸버그 "트럼프, 무역·기술 이어 유학생 겨냥" #중국 유학생 36만명…비자 거부율 늘어 감소세 #인민일보 "결국은 미국 교육산업에 충격파 될 것"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미국에 유학 중인 중국인 및 협력 연구자와 관계를 숙고하고 이를 제한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중국의 재능(talent)이 무역(trade)과 기술(technology)에 이어 다음 타깃이 됐다고 하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앞서 지난달 미국 에모리 대학이 중국출신 교수 2명이 정보 빼돌릴 수 있다는 이유로 해고하는 등 중국 유학생들의 취직과 연구 환경은 최근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 통신에 따르면 미국에 오는 중국 유학생 숫자는 지난해 3.6% 증가에 그쳐 그 전해 증가율의 절반에 머물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최근 올 3월 현재 학생비자를 발급받아 미국에서 공부하는 중국인 유학생 수가 36만9364명으로 일 년 전보다 2% 감소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예전에 3주면 발급되던 학생비자가 지금은 한 달 이상 걸리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가 지원하는 유학생의 비자 거부율이 올 1분기에 13.5%로 껑충 뛰었다.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해 같은 기간 거부율은 3.2%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유학생들이 미국 명문대학을 졸업한 이후 각종 연구시설에 들어가 정보를 도둑질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지난해 7월부터 로봇, 항공, 첨단 제조업 등의 분야에서 연구하는 중국인 유학생의 비자 유효기간을 기존 5년에서 1년으로 대폭 단축하는 조치를 시행하기도 했다.

중국도 맞대응에 나섰다. 지난 3일 중국 교육부는 ‘2019년 제1호 유학 경계령’을 통해 "미국 유학을 희망하는 학생·학자들은 비자 문제 등 관련 위험성에 대해 좀 더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나아가 4일 인민일보는 사설에서 “미국에서 중국 유학생 숫자가 감소하는 것은 미국 교육산업에 충격파를 줄 것”이라며 교육부의 조치가 중국 측의 대미 반격카드가 될 수 있다고 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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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MP에 따르면 중국인 유학생은 미국 내 전체 외국인 유학생 110만여 명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미국 경제에 매년 130억 달러 규모의 기여를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해외 유학을 원하는 중국인 학생들은 미국 대신 영국, 캐나다, 호주 등으로 발길을 돌리는 추세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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