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대비 제방부터 고치자"|광주-전남 지역 수해 복구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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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수마가 할퀴고 간 폐허의 흙탕 속에 졸지에 가족과 재산을 잃은 이재민들은 아픔과 시름을 내딛고 복구의 삽질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이번 폭우로 피해가 가장 심한 광주·전남 지역은 27일 비가 멎고 물이 빠져나가기 시작하자 인력과 장비를 동원, 응급 복구 작업에 나선 데 이어 민방위 대원 동원령을 발표하고 도내 불도저 등 중장비를 동원, 28일 본격적인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나주·광주·장성·벌교 지역 수재민들은 무너진 담벼락을 치우고 흙탕물이 가득 찬 집안을 청소하며 쓸만한 가재 도구를 하나라도 더 챙기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공무원·군인들도 수해지역에 직접 뛰어 들어 진흙더미와 오물·쓰레기로 뒤덮인 거리 청소·하수구 수리 등 시가지 정비 등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장비 태부족·식수난 등으로 복구가 더딘 가운데 식수 오염·수인성 전염병 등 질병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아 수재민 위생에 문제가 되고 있다.

<나주>
영산강 제방이 터지며 가장 큰 피해를 본 나주시 영강동 일대는 27일 오전부터 물이 빠져나가 영산포 역을 중심으로 한 일부 고지대 상가·가옥이 모습을 드러내며 도로 정비·집안 청소 등 복구 작업이 한창이다.
반면 유실된 제방 부근의 저지대 주택가와 공장들이 몰려 있는 맞은편 저지대는 여전히 물이 빠지지 않아 완전 복구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조속한 복구와 태풍 주디의 남부지방 상륙에 대비, 피해를 줄이기 위해 덤프 트럭 등 각종 중장비를 동원해 무너진 제방을 메우는데 땀을 흘리고 있다.
역 앞의 거리는 음식점·신발점·세탁소 등 상점과 각 가정에서 모두 끄집어낸 물에 젖은 탁자·의자·신발·옷가지와 이불·TV·냉장고·식기 등 온갖 가재 도구가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동사무소 서류는 모두 복원이 불가능할 정도가 돼 버렸고 사무용 컴퓨터마저 물이 들어차 동 업무는 회복 불가능 상태.
물에 잠긴 집 근처 영산포 역 2층 청사에서 동네주민 70여 명과 함께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는 주민 김영수씨(33·운전기사)는 온통 뒤죽박죽 된 살림 도구를 챙기며 『쓸만한 것은 집 건물 하나뿐』이라며 한숨 지었다.
그러나 방구들이 갈라졌고 벽의 군데군데가 금이 가 있는 등 물기와 진흙·오물을 완전히 씻어낸다 해도 예전의 모습을 찾기 어렵다.
나주 실내체육관에 대피해 있다가 물이 빠진다는 말을 듣고 찾아온 저지대 주민들은 집이 여전히 흙탕물에 잠겨 있는 모습을 보곤 다시 힘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26일 새벽에 유실 됐던 영산강 제방 복구 공사가 27일부터 덤프 트럭 10대가 동원되어 유실된 부분에 흙을 쏟아 부으면서 본격화 됐다.
전남재해대책본부는 영산강 수위가 5m 이하로 내려가자 나주시 영강동 유실 제방 3백m에 대한 복구를 위해 덤프 트럭 10대를 동원, 흙을 붓는 한편 흙 가마니 2만여 장으로 응급 복구 작업을 실시, 28일 오전까지 끝냈다.

<장성>
온통 물바다가 됐던 장성읍은 간간이 내리던 비가 멎자 주민들이 대피소에서 돌아와 진흙탕이 된 집안 청소를 하며 가재 도구를 정리했다.
장성읍 주요 도로에는 26일부터 지원 나온 군인 7백여 명과 공무원·민방위 대원 등 9백여 명이 포클레인·덤프 트럭을 동원하고 삽·곡괭이 등 모든 장비를 들고 흙탕이 된 시가지를 정비하느라 비지땀을 흘렸다.
두께 10여㎝의 진흙더미, 폭우에 떠내려온 나무토막·타이어·냉장고, 온갖 쓰레기를 치우는데 꼬박 한나절이 걸렸으나 장비의 절대 부족으로 완전 복구에는 며칠이 더 소요될 전망.
또 저지대인 삼가동 일대는 물이 완전히 빠지지 않아 가게·가옥마다 흙탕물을 퍼내느라 애를 먹는 데다 장비마저 모자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옥 20여 채가 모두 파손된 유탕리 주민들은 『고려시멘트 측에서 유탕 광산의 채광석을 운반하기 위해 시멘트 다리를 만드는 바람에 폭우의 거센 물살을 견디지 못한 마을 쪽 제방이 터져 마을 전체가 엄청난 피해를 보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벌교>
26일부터 빗발이 가늘어지자 공무원·군인 등 2천여 명이 긴급 복구 작업에 나섰다. 소방차 9대와 물통 1백 30개를 동원, 비상 급수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엄청난 피해에 장비가 부족, 수해로 인해 더럽혀진 가재 도구 등 집안 청소를 끝내고 산사태가난 홍교리 일대 흙더미 제거 작업을 실시, 벌교∼광주간 지방도 개통을 시켰을 뿐 본격 복구는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광주>
광주시는 시 산하 4천 6백여 공무원과 향토 사단 6천 6백여 명, 민방위 대원 8천 5백 80명 등 2만 2천여 명과 헬기 등 각종 중장비 2백 25대를 투입, 배수 작업을 펴는 한편 공무원을 연고지 수해 현장으로 보내 복구 작업을 지원토록 했다.
시는 또 방역 기동반과 의료반 등 2개 의료반을 편성, 방역 활동을 펴고 18개 반 72명의 의료반을 구성, 수해 주민의 진료 활동을 펴고 있다.
이밖에 시는 청소원 2백 30명을 침수 지역에 투입, 가로 및 침수 농경지에 대한 대대적인 청소 작업을 실시키로 했다.
한편 육군 제 1989 부대는 헬기 4대, 차량 1백 58대, 중장비 3대 등 각종 장비 1백 65대와 6천 6백여 명의 장병을 수해 복구 현장에 투입했다. 【전남=임시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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