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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 노사 '치킨게임' 하나...노사 임시주주총회 뒤 맞소송 예고

중앙일보

입력

현대중공업 노조와 민주노총 울산본부 조합원들이 3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노조는 현대중공업 법인분할 주총과 관련해 전면 무효화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뉴스1]

현대중공업 노조와 민주노총 울산본부 조합원들이 3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노조는 현대중공업 법인분할 주총과 관련해 전면 무효화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뉴스1]

법인 분할 임시 주주총회를 놓고 갈등을 빚었던 현대중공업 노사가 이번에는 맞소송을 준비하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노조, "임시 주주총회 정당한 장소 변경 아니어서 무효" #사측, "주총장 점거로 10억 손실…파업조합원, 비참여자 구타"

현대중공업 노조는 4일 회사 법인 분할 임시 주주총회의 효력 무효를 주장하며 이날 오전 9시부터 7시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노조는 지난달 31일 회사가 장소를 변경해 주총을 한 것에 대해 주주들이 장소와 시간을 충분히 알 수 없었고 현실적으로 이동도 쉽지 않았다며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조만간 금속노조 법률원을 통해 주총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주총 무효소송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노조 봉쇄로 장소를 변경해 주총을 개최했으나 대법원이 효력을 인정하지 않은 판례가 있다. 대법원은 2000년 국민은행 주총(주식매수선택권 부여결의 등 부존재 확인 소송)과 2013년 씨제이헬로비전 주총(주주총회결의 부존재 확인 소송)에 대해 각각 2003년과 2016년 무효를 판결했다.

반면 현대중공업 사측은 (주주총회 장소 변경을)확성기와 유인물 등을 통해 현장에서 충분히 알렸고, 버스 등을 주주들에게 제공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당시 회사 측은 주총장인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이 노조 점거로 봉쇄되자, 장소를 남구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변경해 법인 분할 안건을 통과시켰다.

현대중공업 주주총회 날인 지난달 31일 오전 현대중공업 노조가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한마음회관 앞에서 회사 측과 노조 측이 대치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현대중공업 주주총회 날인 지난달 31일 오전 현대중공업 노조가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한마음회관 앞에서 회사 측과 노조 측이 대치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현재 회사측은 노조를 상대로 각종 소송을 준비하며 대응수위를 높이고 있다. 현대중 사측은 조만간 노조를 상대로 영업방해와 보안요원 폭행 등의 혐의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노조가 기존 주주총회 장소인 울산시 동구 한마음회관을 닷새간 불법 점거하면서 1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고, 이 과정에 보안요원과 충돌하면서 피해가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현대중 사측 관계자는 “한마음회관은 수영장, 커피숍, 음식점 등 다양한 수익사업을 하는 곳인데 이곳이 점거돼 다양한 피해가 발생했다”며 “이곳에 있던 많은 집기 등도 노조에 의해 파괴돼 이에 대한 책임을 묻기로 한 것이다”고 말했다.

3일 오전 현대중공업 노조가 점거 농성을 벌였던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 내부 극장 시설 바닥에 '승리'라는 글자가 적혀 있다. [뉴스1]

3일 오전 현대중공업 노조가 점거 농성을 벌였던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 내부 극장 시설 바닥에 '승리'라는 글자가 적혀 있다. [뉴스1]

현대중공업은 법인 분할 안건에 대해 주총 승인이 난 뒤인 지난 3일에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현장실사를 나갔다. 하지만 쇠사슬로 서로의 몸을 묶은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시민단체 등이 막아 1차 현지실사는 포기한 뒤 철수한 상태다. 현대중 노조는 “실사단이 공권력을 이용해 대우조선 진입을 시도하면 즉각 총파업하고 거제로 달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 노조도 아직 긴장을 풀지 않고 있다. 대우조선 인수에 나선 현대중공업이 노조의 반발로 현장실사를 포기한 채 서울로 철수했으나 노조는 4일 여전히 정문 등 주요 출입구에 대한 감시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대우조선 노조는 대형버스가 출입할 수 있는 옥포조선소 정문·서문·동문에 노조원 10여명씩을 배치해 현장실사단 진입을 막기 위한 대비태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루 전날 노조는 정문을 포함한 옥포조선소 입구 6곳에 500여명의 노조원을  분산 배치했으나 이날부터는 현장실사단의 버스 출입이 가능한 주요 관문만 집중적으로 감시하기로 한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오늘부터 현장실사 기간이 끝나는 오는 14일까지 당직 체제로 24시간 현장실사단 진입 여부를 감시할 계획이다”며 “만약 현대중이 현장실사를 시도할 경우 대응 매뉴얼에 따라 동원 가능한 모든 조합원이 즉각 집결해 현장실사단을 저지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3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정문 앞에서 대우조선 노조원 등이 현대중공업 현장실사단의 방문을 반대하며 몸에 쇠사슬을 연결한 채 막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정문 앞에서 대우조선 노조원 등이 현대중공업 현장실사단의 방문을 반대하며 몸에 쇠사슬을 연결한 채 막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현대중 사측은 임시주주총회에서 법인 분할이 승인된 이후 노조의 폭력성이 커지고 있다는 자료를 지난 3일 기자들에게 나눠줬다. 현대중 사측은 이 자료에서 “파업 참여 조합원 10여명이 점심시간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오던 불참 조합원을 집단 구타했다”며“파업참가자들이 공장에 진입하려 해 생산팀장이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 넘어져 엉덩이뼈가 골절되는 일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울산=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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