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인들 “한국분들께 죄송” 대사관 담장 꽉 채운 국화·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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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블레아니호 희생자 추모식에서 흰색 한복을 입고 참석한 헝가리인 모니카. [박태인 기자]

허블레아니호 희생자 추모식에서 흰색 한복을 입고 참석한 헝가리인 모니카. [박태인 기자]

“한국분들에게 죄송해 추모식을 준비했어요. 열다섯 분 정도 올 줄 알았는데….”

추모식 소식에 100여 명 모여 #한복 입은 40대 “정말 미안”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주 헝가리 한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허블레아니호 희생자 추모식에는 100여명의 헝가리인들이 모여 떠나간 이들을 애도했다. 헝가리인들이 놓고 간 국화와 촛불이 대사관 담장 앞을 빼곡히 채워놓았다. 추모식이 끝난 뒤에도 많은 헝가리인들은 촛불과 국화 앞에서 묵념을 했다.

전날 페이스북에 추모식 준비를 알렸던 크리스티나(50)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하루 만에 몰릴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며 “이렇게라도 우리들의 마음을 보여드릴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날 추모식을 찾은 헝가리인 중엔 흰색 한복을 입은 토스 모니카(40)도 있었다. 3년 전부터 한국 전통무용을 배웠다는 그는 “흰색 한복이 한국에서 슬픔을 상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인들에게 정말 미안하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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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현장에는 헝가리에서 수년간 거주했던 교민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헝가리에서 3년째 살고 있다는 정종선(52)씨는 “어제 사고 소식을 듣고 헝가리 피아노 선생님이 저와 제 딸들에게 울먹이며 6~7번 미안하다는 말씀을 전했다”고 했다.

이날 추모식에는 국화 옆에 헝가리인들이 적어놓고 간 기도문도 놓여있었다. 헝가리어와 영어로 그리고 한국어로 ‘너의 영혼은 평화를 찾을 거야’라는 내용을 담은 글귀였다. 추모식이 끝난 뒤에도 대사관에는 100여개의 촛불이 자리를 지켰다.

부다페스트=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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