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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장 변경 ‘첩보전’ 끝에 현대중 분할 승인...앞으로가 산 넘어 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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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울산 무거동 울산대 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임시 주주총회. 이날 현대중공업은 회사분할 안건을 가결했다. [사진 현대중공업]

31일 오전 울산 무거동 울산대 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임시 주주총회. 이날 현대중공업은 회사분할 안건을 가결했다. [사진 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의 회사분할을 저지하려는 노동조합 조합원의 총력전이 무위로 돌아갔다. 현대중공업은 31일 오전 울산 무거동 울산대학교 체육관에서 '2019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분할 안건을 통과시켰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첫 단추를 어렵게 맞췄다.

이날 현대중공업의 주총 개회는 첩보영화처럼 진행됐다. 원래 주총장으로 공지됐던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 오전 8시부터 회사 측의 주총 진행·안내 요원 500여명과 경찰 기동대 1000여명이 집결해 회관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던 노조 500여명과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대치가 길어진 오전 한때 노조원들 사이에서는 '제2의 주총장소'로 약 1km 떨어진 현대중공업 본사 체육관이 거론되며 본사 정문 앞에서도 2차 대치가 이어졌다.

노조의 예상과 달리 한마음회관과 본사 체육관은 최종 주총 장소가 아니었다. 현대중공업 측은 원래 주총장에서 주총을 개회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10시 30분부터 울산대학교 체육관에서 주총을 개최하겠다고 공지했다. '제3의 주총장'에서의 주총 개회 시간은 11시 10분. 개회까지 40여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 측의 주총장 변경 공지 사실을 접한 노조원들은 바리케이드로 활용하던 오토바이에 올라타고 약 16km 떨어진 울산대까지 경적을 울리며 아찔한 질주를 하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31일 오전 현대중공업의 회사분할 안건이 올라온 주주총회 개회를 저지하려는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울산 무거동 울산대학교 체육관 입구에서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오원석 기자

31일 오전 현대중공업의 회사분할 안건이 올라온 주주총회 개회를 저지하려는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울산 무거동 울산대학교 체육관 입구에서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오원석 기자

31일 오전 현대중공업의 회사분할 안건이 올라온 주주총회 개회를 저지하려는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울산 무거동 울산대학교 내부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오원석 기자

31일 오전 현대중공업의 회사분할 안건이 올라온 주주총회 개회를 저지하려는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울산 무거동 울산대학교 내부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오원석 기자

결국 현대중공업 주주는 경찰 기동대 1000여명이 입구를 봉쇄한 울산대 체육관에서 분할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날 주총에는 의결권 주식 771만 4630주의 72.2%(5107만 4006주)가 참석해 분할계획서 승인 안건에 대해 참석 주식 수의 99.9%(5101만 3145주)가 찬성표를 행사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2019년 1차 임시 주주총회가 예정된 시간과 장소에서 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며 “부득이하게 당사의 임시 주주총회 시간과 장소를 변경해 회사분할 안건을 통과시켰다”고 말했다.

체육관 밖에서 안건 통과 소식을 들은 노조원은 욕설을 내뱉고 몸싸움을 벌였다. 일부 노조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대치 상황을 촬영 중인 지역 방송사 카메라 기자와 거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주총 개회 후 약 40여분 뒤인 11시 50분쯤 노조와 경찰의 울산대 3차 대치는 부상자 없이 마무리됐다.

이날 회사분할 안건 통과로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인수의 첫 단계를 통과했다. 그러나 앞으로가 산 넘어 산이다.

우선 노조의 반발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갑작스러운 주총장 변경에 노조가 무효를 주장하고 있어서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법률원은 입장문에서 "주주들의 자유로운 참석조차 보장되지 못한 주주총회는 결코 적법하다고 볼 수 없고 위법한 주주총회에서 통과된 안건 역시 유효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법원에서 파견한 검사인이 원래 주총장에서 주총 개회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적합한 절차에 따라 주총장소를 변경한 것"이라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현대중공업 주주총회를 하루 앞둔 30일 오후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현대중공업과 민주노총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송봉근 기자

현대중공업 주주총회를 하루 앞둔 30일 오후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현대중공업과 민주노총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송봉근 기자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과정에도 험로가 예상된다. 분할 이후 현대중공업은 중간지주회사 '한국조선해양'(존속회사)과 사업회사 '현대중공업'(분할 신설회사)으로 분리되는데, 한국조선해양 본사를 서울에 두기로 하면서 울산 지역사회가 반발하고 있어서다. 지난 29일 송철호 울산시장은 울산 남구 롯데백화점 광장에서 삭발식까지 감행했다. 울산에 남는 현대중공업은 비상장 법인이다. "껍데기만 울산에 남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노조원과 지역주민 사이에 만연한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기업결합신고와 국제 비즈니스 무대에서의 기업결합 심사도 통과의례가 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은 다음 달 중으로 공정위에 대우조선과의 기업결합신고서를 제출할 방침이다. 유럽연합(EU)과 중국, 일본 등 10개국에서도 기업결합심사가 진행된다.

이날 주총 안건 통과에 따른 분할 등기일은 다음 달 3일이다. 존속법인인 한국조선해양은 이사회를 열고 권오갑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 한영석 사장은 "물적분할은 대우조선과의 기업결합을 통해 현대중공업의 역량과 가치를 최대한 올리고 재도약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대우조선과의 기업결합을 성공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이를 통해 회사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어 주주가치도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울산=위성욱·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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