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자민시대 (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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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참의원선거를 계기로 거대야당으로 부상한 일본 사회당은 앞으로 일본정치구도의 재편성과 함께 수권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갖추어야할 과제를 안게됐다.
사회당의 부상은 종래 1강4약의 자민당 독점지배체제를 벗어나 2강3약이라는 일본정국의 다양화 시대를 개막케 된 것이다.
이 같은 자민당 일당 지배의 붕괴상태는 어쩌면 「최저 6년, 최악의 경우 12년 정도 계속될 수 있다는 자민당 자체 다케시타(죽하)파의 분석도 있다.
사회당의 한 관계자는 이번 선거에서의 압승을 『사회당이 오른쪽 날개까지 얻은 신55년 체제의 시작』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는 86년 중·참 동시선거가 끝난 직후 나카소네(중증근) 당시 수상이 양원에서 절대다수의석을 확보한 것을 지적, 『자민당은 왼쪽날개까지 얻었다. 55년에 시작된 자사백중시대는 이것으로 끝났다』고 선언한 것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사회당이 대승한 것을 두고 일본의 웬만한 식자층이면 누구나「사회당이 이뻐서가 아니라 자민당이 미워서」유권자가 선택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사회당이「반사적 이익」을 봤다는 얘기다.
그러나 전후 일본정치사상 전례 없는 2당 체제의 전개로 일본도 유럽식의 정권교체 가능성의 싹을 보였다고 하는 적극적인 평가도 있다.
여기서 제기되는 문제가 과연 사회당에 수권능력이 있느냐, 여타 여당과의 연정가능성은 얼마나 되느냐는 물음이다.
선거직후 가지야마(미산)통산상은 『한번 야당에 정권을 넘겨봤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 놀라게 했다. 그러나 이 말속에는 『야당에는 정권담당능력이 없다. (정권을 맡으면) 곧 궁지에 몰려 야당의 역량부족이 들통날 것』이라는 역설이 담겨있다.
사실 사회당은 이번 선거에서 정책의 모순이 드러날 부분은 이슈화하지 않거나 될 수 있으면 『자민당은 싫다』는 감정적 차원을 부각시키는 「바람전법」을 잘 활용해 이겼다.
우노(우야) 수상의 여성스캔들을 여성후보들로 하여금 계속 물고 늘어지게 한 마돈나선풍도 그 하나다.
소비세 문제도 그렇다. 자민당은 86년 선거공약으로 『소비세 같은 대형간접세는 절대로 도입하지 않겠다』고 명시했음에도 불구, 이를 강행, 정치불신을 가져왔으며 국민에게 불편을 초래하고 있으니 당장 폐지해야 한다는 게 사회당의 주장.
그러나 폐지하는데 따른 엄청난 세수결함을 벌충할 재원마련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안이 없다.
25일 사회·공명·민사·사민련 등 4개 야당이 향후 정권담당을 위한 서기장·정책심의회장 회담을 소집한 자리에서도 이 문제가 제기됐으나 다만 「소비세 폐지법안」을 공동제출하자는 합의에 그쳤을 뿐 재원문제는 차후 정책심의회장간에 조정하기로 했다.
외교·안보분야에서의 현실과의 괴리는 사회당의 수권·연정가능성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대목이다. 특히 미일안보조약개정·자위대폐지·원자력발전소반대·한국 불인정문제는 비핵·중립화와 더불어 사회당의 기본정책같이 되어있어 중도·보수야당인 공명·민사양당으로부터 『확실하게 노선을 밝히라』는 요구를 받고있다.
어떤 우익신문은 선거직전 도이(토정)위원장이 『서미트를 주최한 프랑스의 미테랑 대통령은 사회당이다. 우리의 친구가 유럽에서는 정권을 잡고있다』고 주장한 것을 빗대어 프랑스 사회당의 정책을 알기나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프랑스의 사회당정권은 핵전력의 보유를 인정할 뿐 아니라 원자력잠수함 부대까지 갖고있고 프랑스 전력의 7할을 원자력발전소에 의존하고 있다.
사회당이 이 같은 정책노선을 택하게 된 것은 사회당 조직의 기본인 과격노조 총평의 좌익노선을 답습한 결과다. 그러나 86년 이후 사회당은 현실을 최대한으로 받아들이자는 「신선언」을 채택, 유화노선으로 방향전환을 하고 있는 중이다.
정작 야당간의 연합정권을 구상하는 자리에서도 『융통성 있게 협상에 응할 뿐 4당간의 합의문서에서 확인한대로 각당 고유의 이념·정책을 존중해야 한다』(야마구치(산구)서기장)고 거듭 주장, 공명·민사 양당의 반발을 사기도 했기만 태도는 상당히 부드러워졌다.
자민당의 한 중진은 야당간의 불협화음을 지적, 『사회당이 내걸고 있는 비현실 정책으로는 야당의 결집은 어려울 것이다. 야당연합정권은 그림의 떡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해 별로 기대할게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사회당의 약진은 일본의 민심이 자민당에 등을 돌린 결과라는 점을 상기할 때 올해 안으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중의원선거에서 또다시 사회당이 승리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사회당의 입장은 크게 강화되게 마련이고 당연히 수권능력여부에도 불구하고 사회당 등 야당에 정권이 맡겨질 수밖에 없게 되기 때문이다.
사회당도 선거직후 자신의 달라진 모습을 보고 더욱 긴장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외치던 만년야당에서 정책입안에 신경을 더 써야하는 책임 있는 정당으로의 탈바꿈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한 당 관계자가 실토하듯 『정보나 자료도 없이 말로만 하던 시대』는 지나간 것이다.
일본열도에 혁신정권이 출현한다는 것이 단순한 가상시나리오가 아니라 예상 가능한 상황이 된 만큼 사회당이 어떤 변신을 하게될지 주목된다.
【동경=방인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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