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해군·경찰·국정원 부당 개입"…경찰 진상조사위

중앙일보

입력

2012년 경찰이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현장에서 시위대를 연행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2년 경찰이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현장에서 시위대를 연행하고 있다. [중앙포토]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과정에 해군·경찰·국가정보원 등이 부당하게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건을 맡았던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는 29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책사업 갈등관리의 가장 나쁜 사례”라며 경찰청에 재발방지책 마련 등을 권고했다.

조사 결과 해군은 기지 건설을 믿어 붙이려 주민투표를 무산시킬 대책을 세웠다. 실제 투표 당일 해군 쪽에 선 기지 찬성 주민들이 투표함을 빼돌리는 일이 벌어졌다. 또 해군이 주민들에게 식사 등 향응을 제공한 사실도 드러났다. 더욱이 해군은 투표 불참을 독려하는 전화를 돌리기까지 했다.

경찰의 과잉진압도 확인됐다. 당시 경찰은 대응팀을 운영했는데 반대 주민에 대한 정보수집·채증에 나섰다. 물리적 충돌이 빈발하자 욕설은 물론 연행과정에서 폭력까지 행사했다. 해산명령에 응한 시민을 체포하는 일도 벌어졌다. 미란다원칙 고지 없이 시민단체 활동가를 연행하기까지 했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활동가 697명이 체포되거나 연행됐다. 경찰이 반대세력을 제지하는 ‘방패’ 역할을 했다는 게 진상조사위의 판단이다.

진상조사위 관계자는 “(반대 주민에 대한) 이동권 제한, 장기간에 걸친 차량압수, 불법적인 인터넷 댓글 등 경찰의 인권침해·과잉진압 행위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경찰 활동 뒤에는 국정원과 기무사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국정원 등은 경찰 대응 보고서를 청와대로 올려 결과적으로 경찰은 압박했다고 한다.

한편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잘못된 해군기지 추진 과정에 대해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즉각 사과하라”며 “해군기지 추진과정 등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전면 진상조사를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