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쥐꼬리 수익’ 이제 그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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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左), 윤종규 KB금융 회장(右)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左), 윤종규 KB금융 회장(右)

‘쥐꼬리 수익률’이란 비판을 받는 퇴직연금 수익률 경쟁에 불이 붙었다. 신한금융그룹에 이어 윤종규 회장의 KB금융그룹도 퇴직연금에 그룹 차원의 역량을 결집하겠다며 나섰다.

신한 이어 KB도 “그룹역량 결집” #연금본부 두고 수익률 경쟁 가세 #중위험 중수익 상품 과감히 투자

KB금융은 지난 27일 조직 개편을 통해 그룹의 연금사업을 총괄하는 기구인 연금본부를 신설했다고 28일 밝혔다. 계열사(은행·증권·보험)별로 운영해온 퇴직연금 사업의 시너지(상승효과)를 꾀하기 위해서다.

KB금융 관계자는 “퇴직연금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하면서 고객의 중심이 기업에서 개인으로 이동했다”며 “연금시장의 양적 성장뿐 아니라 질적 성장을 통해 ‘연금 대표 금융그룹’이 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신설된 연금본부의 가장 큰 과제는 고객의 퇴직연금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KB금융 관계자는 “그룹의 핵심 역량이 집중된 대체투자 특화상품을 개발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IB(투자은행) 부문과 증권·손해보험의 협업을 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정기예금 같은 ‘저위험 저수익’ 상품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온 퇴직연금 자산을 ‘중위험 중수익’의 대체투자로 분산해 수익률 관리에 나선다는 취지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서비스 수준도 높이기로 했다. 국민은행이 운영 중인 ‘퇴직연금 자산관리 컨설팅센터’는 운영인력을 늘린다.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고객이 가입만 하면 알아서 진단·관리해주는 맞춤형 서비스를 추구한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도 은행뿐 아니라 그룹 전체 고객으로 확대한다.

퇴직연금 수익률과 서비스 경쟁을 먼저 촉발한 건 신한금융의 조용병 회장이다. 신한금융은 지난 4월 계열사별로 흩어져 있던 퇴직연금 관리를 통합한 ‘퇴직연금 매트릭스’ 체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퇴직연금 수수료 인하, 대체 투자상품으로 인프라펀드 등도 준비 중이다.

국내 퇴직연금 시장 적립금 규모는 올해 2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그동안 각 금융회사는 확정급여형(DB) 위주의 기업고객 유치로 퇴직연금의 덩치를 키우는 데 주력했다. 이젠 DC형과 IRP 개인 고객들을 겨냥해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는 판단이다.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노후 준비와 퇴직연금에 대한 관심은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금융투자협회와 정부·여당은 외부 전문가가 투자전략을 짜주는 방식인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추진하는 등 외부 환경도 변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퇴직연금 시장 1위 사업자는 삼성생명(적립금 24조6000억원)이었다. 금융그룹 중엔 신한금융(22조1000억원)과 KB금융(21조7000억원)이 선두를 다투고 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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